사진=정기훈 기자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진보정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아직 후보를 내지 못했을뿐더러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좁아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3분하는 구도가 워낙 탄탄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상황은 복잡하다. 남아 있는 쪽(통합진보당)과 혁신을 요구하다 떠난 쪽(진보정의당준비위원회)이 오는 21일 각각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선거운동에 나선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전 공동대표였던 이정희 후보(기호 1번)와 분당 뒤 대표직무대행을 맡았던 민병렬 후보(기호 2번)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정희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민병렬 후보의 출마를 ‘구색 맞추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10일 <매일노동뉴스>가 만난 민병렬(51·사진) 후보는 이에 대해 “구색 맞추기로 경선에 나서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원들의 절대다수가 쇄신을 바라고 있고, 자신이 그 쇄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소통과 노동 중심 젊은 정당, 평당원 민주주의, 반성과 성찰을 쇄신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민 후보는 “인지도 문제는 한순간 극복될 수 있다”며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로 후보가 되겠다”고 말했다.

- 통합진보당이 15일부터 후보 선출투표를 시작한다. 판세는 어떤가.

“이정희 후보의 지지층은 이미 세력화되고 조직된 당원들이다. 반면 저는 그동안 당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고민을 많이 했던 대다수 당원들의 입장에 서 있다. 워낙 통합진보당 상황에 대해 실망도 크고 마음을 접은 당원이 많은 상황이다. 이번 대선은 이런 당원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결집시키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결집이 어느 정도 되느냐, 또 당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볼 만한 새로운 계기를 어느 정도 만드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은 관심을 보이고 마음을 줄까, 말까 고민하는 데까지 와 있는 것 같다.”

-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 의원단을 비롯해 당직자들이 이정희 후보를 밀고 있는데 불만은 없나.

“당내 구도 자체가 의원단과 지도부, 즉 당직과 공직 전체를 쥐고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부분을 전제하고 경선에 나섰다. 그래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 오히려 당 전체로 봐서 실망과 좌절로 멀어진 당원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과정이 더 힘들다.”

- 지난 9일 당 쇄신과 재건축 방안을 발표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쇄신을 얘기한 이유가 있나.

“당내 분란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당원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지지자들의 마음도 떠나 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싸늘함을 피부로 느낀다. 대선에서는 상식적으로 국가비전을 얘기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빅3가 중도로 수렴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 당연히 진보의 비전을 얘기하는 게 맞다. 그러나 당원들이 아프고 갈기갈기 찢어져 있기 때문에 힐링(치료) 과정 없이 곧바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곧바로 대선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모으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이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임하겠다는 '마음 나누기' 과정이기도 하다. 이후 당이 복원돼야 하는데 주춧돌을 놓자는 것이다.”

- 쇄신의 주체는 당원이라고 말했는데. 쇄신의 내용은 무엇인가. 반성과 성찰의 대상에 이정희 후보도 포함되나.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당을 이끌어 온 분들의 책임이 크고, 성찰과 반성 요구가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정희 후보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당 사태의 큰 원인은 노동배제, 당원배제다. 당원과 진보정치 골간이라 할 노동에서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거리감을 좁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동과의 괴리감이 극심해지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당원의 뜻대로, 노동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선은 거기서부터 첫걸음을 떼야 한다.”

-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보나.

“국민적인 인지도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제3당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바라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선후보로 나서는 데 고민이 많았다. 초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색 맞추기로 나오지 않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들 하지 않나. 격동하는 시기에 새 인물이 부각된다고 본다. 당원의 절대 다수가 쇄신을 바라고 있고, 그런 마음이 모이고 있다. 인지도가 낮다는 핸디캡을 안고 출발했지만 당원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길 것이다. 민병렬이 경선에서 이겨야 당이 새 활력을 되찾고, 진보 복원의 첫걸음을 만들 수 있다.”

-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야권연대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문제는 현실론이다.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다. 우선 민주통합당의 태도가 문제다. 통합진보당이 어려워지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치부하고 있다. 남은 사람들은 야권연대 대상이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모욕을 주고 있다. 친구에게 거듭나라고 얘기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국민한테 공동파트너로서 했던 수많은 약속이 있는데도 당을 평가하듯이, 심사하듯이 얘기하고 있다. 정치도의상 옳지 않다. 공당이 할 바도 아니다. 우리 당 안에서는 당의 변화와 쇄신을 통해 진보가 거듭나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형성돼 있다.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수차례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부산에서는 5개 당이 모두 야권연대에 합의했다. 지난 총선 때도 그랬다. 이제는 부산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보지 않는데, 그 변곡점을 넘는 계기가 야권연대 성사였다. 야권연대를 개인적인 능력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당심을 대변하는 인물이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통합진보당, 진보의 복원을 요구하는 당심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민병렬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후보로 선출된 이후 야권연대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완주할 것인가.

“최근 당대회 때 했던 첫 번째 결정은 ‘진보적 정권교체에 복무한다’는 것이었다. 야권연대나 후보전술 같은 문제는 여기에 복종되는 문제다. 다시 얘기하지만 야권연대는 국민의 명령이다. 지난 5년간 고통을 받았던 농민·서민·영세상인 등 대다수 국민들이 정권교체에 거는 기대가 엄청나기 때문에 여기에 복무하는 것을 앞세우고 후보전술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 진보의 힘으로 체제를 교체하자고 제안했는데. 집권 후 비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근 대선후보들이 좌클릭을 했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높아진 요구, 시대의 발전을 감안하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오히려 중도로 수렴되고 있다. 그런 중도가 좌클릭으로 보이는 것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절대 다수, 기층 서민의 목소리가 중심이어야 한다. 현장의 모습이 대선 공간에 투영돼야 한다. 권력으로부터 주인대접은커녕 짓밟히고 있다. 정리해고로 죽음이 잇따르는 쌍용자동차,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재개발 정책으로 참사가 발생한 용산이 그 상징이다. 실패한 시장중심 정책에서 공공중심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또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통일로 가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후보로 이런 의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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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민병렬 후보는
2010 지방선거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통합진보당 대표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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