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산하 공기업인 5개 발전회사 노조파괴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2년 전 조합원들의 정치성향을 ‘사과·배·토마토’로 분류·관리해 파문을 일으킨 동서발전(주)의 노조파괴 공작에도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한국발전산업노조(위원장 신현규)가 공개한 ‘발전노조 노동탄압 보고서(요약본)’에 따르면 한전은 2009년 9월17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박영준) 주재 노사관계 회의’와 같은달 24일 ‘고용노사비서관(이영호) 주재 BH(청와대)회의’에서 ‘발전노조 강경대응’이 주문된 이후 발전회사 노조파괴에 나섰다.

당시 이영호 비서관은 “철도공사는 적극적으로 노조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와 발전은 계획만 있고 실천은 없다”고 질타하면서 “인사권·경영권에서 양보하지 말고 원칙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이날 회의 직후 발전회사들은 민주노총 탈퇴와 노조탄압 과정에서 강제발령·드래프트 제도·인사고과 등 인사권과 경영권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중앙·본부·지부위원장을 뽑는 제5대 발전노조 선거에도 한전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전이 작성한 ‘발전회사 노무관리 평가 결과’를 보면 ‘민주노총 탈퇴노력’을 자회사들의 경영평가 기준으로 삼으며 노조파괴를 압박했다. 지부위원장 선거에서는 민주노총 탈퇴공약을 제시하면 '+1점'을 주고, 회사가 지원한 후보가 당선되면 'x2점'을 주는 식이다. 민주노총 탈퇴 후보 발굴노력과 경영진의 민주노총 탈퇴의지, 실무진의 노력도까지 비계량 점수로 배점·평가했다. ‘사과·배·토마토’파문을 일으킨 동서발전은 해당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발전노조는 이 같은 한전의 노동탄압과 부당노동행위·인권유린 사례를 모아 'MB정권에 의해 자행된 발전노조 노동탄압 백서'를 발간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의 기획과 지원 아래 노동탄압이 자행됐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되고,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와 정부부처, 한전, 발전회사로 이어지는 공공부문 노조파괴 행위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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