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국회는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달 5일부터 24일까지 국감을 한다. 올해 국감은 청문회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추석 연휴 전에 개최된 쌍용차 정리해고, 산업현장 폭력용역 청문회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탓이다.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청문회는 각각 하루 동안 진행됐다. 진실규명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야당이 국정조사로 확대하자고 요구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문회 이슈가 국감에서 다시 등장한 배경이다.

환노위는 국정감사와 관련해 증인 45명과 참고인 13명에 대해 출석요구를 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산업현장 폭력용역 청문회 때 불러낸 증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정조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국정감사 내용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환노위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미진했던 청문회를 보완하는 것뿐만 아니라 꼭 다뤄야 할 사항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문제다.

그런데 야당이 핵심 증인으로 요구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갑론을박 끝에 추가로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했는데 여기에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김억조 현대자동차 부회장, 불법파견 관련 대법원 판결 당사자인 최병승씨,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이 증인석에 앉게 됐다.

국감의 여러 사안 가운데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문제는 우선순위로 짚어야 한다. 올해 2월에 현대차 불법파견과 관련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었고, 현대차 노사교섭에서 그 여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차 노사 임금교섭에서 회사는 사내하청 노동자 3천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사내하청 문제는 임금교섭과 분리된 채 특별교섭으로 넘어갔다. 현대차 노사의 임금교섭은 타결됐지만 사내하청 특별교섭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조만간 그 결론이 나온다.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시한폭탄인 셈이다.

여야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경쟁적으로 제기한 상태다. 복지의 알맹이는 곧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공감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사내하도급 보호법안을 발의했다. 통합민주당도 간접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양당의 이런 행보를 보면 비정규직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초에 요구했던 증인은 제외되고 현대차와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만 채택된 것은 다소 김이 빠진 모양새다. 사내하청 문제는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정몽구 회장뿐 아니라 교섭을 대리했던 정규직지부도 관련이 있다. 현대차그룹 인사노무 책임자와 비정규직 지회장만 불러내 짚을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환노위 국감에서 다루는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제도개선의 사전정지 작업으로 여겨야 한다. 현대차 사내하청의 실태와 해결 방안, 노사의 쟁점을 짚어보고, 그것을 법 개정 논의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덜컥 법 개정 논의부터 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빠질 우려가 있다. 국감부터 제대로 하란 얘기다.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고용형태별 근로자 패널조사’와 관련해 기간제 비정규직 10명 중 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용을 보장받지만 임금·승진·복지에서 차별받는 무기계약직이 10명 중 3명에 이른다. 조사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간명하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제정 취지에 맞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감은 기간제법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를 따져야 한다. 기간제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 현행 제도가 실효성이 없어진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야 한다.

국감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올해 국감은 ‘비정규직 국감’이 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다. 환노위 여야 위원들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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