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홍 의원실

19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한창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세간의 관심은 노동관련법 개정에 쏠려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노동관련법안이 대거 당론법안으로 상정돼 있기 때문이다. 차별시정 조항을 가다듬은 비정규직 관련법안이나 노동시간단축 관련법안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관련법을 의결하는지 여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진정성을 확인하겠다며 밀어붙일 태세다.

그런데 <매일노동뉴스>가 최근 만난 최봉홍(69·사진) 새누리당 노동위원장은 생각이 달랐다. 노동관련법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폐지할 법은 폐지하고, 제정할 법은 제정하면서 한꺼번에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나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비정규직법은 폐지하자고 했다. 개정시기는 "대선 이후"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노조법 개정에 대해 “국회가 앞장서 지시할 것은 하고 끌고 가야 한다”며 “국회에 들어온 이유도 그것(노조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문회는 야당 대선전략, 국정조사는 정치적 쇼"

- 얼마 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와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가 끝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해결방안을) 똑바로 만들자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실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편파적이었다.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면 노조에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 금속노조도 운영방침을 바꿔야 한다. 결국 청문회 개최는 야당의 대선전략에 놀아난 거다.”

- 쌍용차의 경우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는데.

“노사 간에 분쟁이 붙었을 때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양보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정치가 뒤에 붙어 힘을 실어 주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는데, 뒤에서 힘을 실어 준 쪽도 책임이 있다. 노사문제는 외부에서 개입하면 안 된다. 교섭 과정은 감춰야 한다. 막 끄집어 내서 공개하니까 상처가 더 커지는 거다. 국정조사는 해 봐야 정치적 쇼다. 고용노동부가 공정한 입장에서 행정적으로 조치하는 게 낫다. 정치권이 나서 노동부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사 간에 합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터져 나오면 노사 간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노사분규의 실질내용을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안에는 노-노 분규와 사-사 분규가 있다. 사사분규라는 말이 생소할 텐데, 복수노조가 되면서 이사진이 갈라져 노조를 각각 만드는 경우를 말한다. 그럴 경우 영구히 한쪽이 망할 때까지 분규가 일어난다. 거기에 정치권이 붙어 노-정-사 분규가 되면 곤란해진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이 그런 예다. 결국 어떻게 됐나.”

"박근혜 후보, 노조법 개정의지 확고"

- 한국노총에 있을 때부터 노조법 개정을 꾸준히 요구했는데. 방안이 있나.

“항운노조의 전통은 위원장을 하다가 떨어지면 현장에 내려가는 것이다. 현장에서 반장이든 뭐든 활동을 하다가 세력을 규합해서 다시 올라온다. 서울에 와 보니까 안 그렇더라. 위원장을 하면 평생 위원장을 한다. 노조법 개정안은 4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게 있다. 박근혜 후보가 언론에 띄우자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주요 내용은 복수노조는 시행하되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하자는 것이다.”

- 슬라이딩 시스템이 무엇인가.

“결사의 자유를 단계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설립자유를 주되 노조위원장이 일정 기간, 이를테면 3~5년 동안 조합원 51%의 지지를 못 받으면 스스로 사표 쓰고 나가라 이거다. 4년 전에 제안을 했더니 위원장들이 다 반대했다. 현장에 가서 일하기 싫어 그런 것 아니겠나.”

최 위원장은 '보안'을 이유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노조법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대략 2~3년간 기존노조가 과반수노조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신규노조가 생기면 기존노조가 자동해산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00인 기업을 예로 들면 3년 동안 기존노조가 51명의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2명 이상의 노조가 신규로 결성되면 기존노조는 해산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쉬드(SUD)연대노조를 예로 들었다. 지난 98년 발족한 급진적 성향의 노조인데, 노조전임자가 3년이 지나면 어김없이 현장으로 돌아가도록 강제하고 있다.

- 새누리당 당론과 다른 것 같은데.

“현재 노조법에 대해서는 결정된 당론이 없다. 박근혜 후보는 재개정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박 후보가 국민행복실천 법안 52개 중 1개를 발의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발의하지 못한 1개가 바로 노조법 개정안이다. 박 후보는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도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개정한다는 데까지 수용했다. 손은 봐야 한다. 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얘기를 했지만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을 논의하려면 한국노총과 경총을 부르자고 제안했다. 법안은 당장 처리할 수는 없고 대선 이후에나 다룰 수 있을 것이다. 19대 국회가 사명감을 갖고 우리나라 노동법을 진짜로 만들어야 한다. 급조한 법이 많다. 전부 다 깔아 놓고 정리를 해야 한다.”

"노동관련법 전부 바꿔야"

- 노동법 전체를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노동법이 개정될 때마다 항상 악법 소리를 들었다. 급조했기 때문이다. 땜질 처방하듯이 문제가 튀어나오면 막곤 했다. 파견법을 포함한 비정규직법은 다 폐기해야 된다. 중간착취 금지 개념만 강하게 만들고 노사자율에 맡기면 된다. 비정규직들에게 노동자 자격을 인정하면 된다. 지금 무기계약 전환이 성공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 여전히 갑을계약이다. 갑을계약을 단체협약으로 바꿔 줘야 한다. 비정규직도 쟁의조정 신청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노사정 대타협을 해서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2~3년을 내다보고 파트별로 연구해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 파트별 연구는 2006년 노사관계로드맵으로 이미 정리되지 않았나.

“한국노총이든 경총이든 3년 후에 개정한다고 하면 옆에 던져 놓고 얘기 안 하다가 3년이 다 돼서야 6개월 전부터 논의하기 시작한다. 노조법도 4년 전에 만들어서 심사숙고해 토론하자고 했지만 어디 토론했나. 결국 슬쩍 넘어가서 야간에 통과시키고 이 꼴 되지 않았나. 국회가 앞장을 서서 지시할 것은 하고 끌고 가야 한다. 국회에서 조율해야 따라 움직인다. 국회에 들어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 특수고용직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방안은 어떤가.

“심상정 의원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냈는데, 그동안 야당의원 5명이 계속 냈다. 그렇게 접근해서는 이번에도 또 안 된다. 과격해서가 아니고 상대방과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특수고용직·하도급은 재하청하는 사람들이 재화를 정상적으로 배당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거다.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정상적으로 배당이 되게 바꿔야 한다. 대신 누워서 침 뱉지 못하게 해야 한다. 노사관계를 확실하게 인정받게 해야 한다. (법안) 준비는 돼 있는데 나중에 낼 생각이다. 시기상조라서 그런 게 아니다. 협상을 하려면 내가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모두 까 놓고 해야 하는데, 준비가 덜돼 있다. 법안 냈다가 화물연대니 뭐니 써먹으면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대선 끝나고 논의할 것이다.”

- 야당이 제안한 법안 중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안이 있나.

“전반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통과될 법은 없다. 전부 인기몰이다. 충돌되는 것 밝혀내서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손봐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이 크게 보완되면 그와 관련돼 사라질 법이 천지다. 그리되면 최저임금도 문제가 된다.”

최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제출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 제정안도 국회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야당이 다른 것을 끄집어 왔으니 같이 묶여서 왔다 갔다 할 것”이라며 ”통과되겠느냐”고 반문했다.

- 노동시간단축 관련법안은 여야가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일을 더 해서라도 더 받아 가려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풀어 줘야 한다. 하역이 그렇다. 여기는 한 달에 340시간 일을 해서 월 600만원 정도의 노임을 가져간다. 192시간을 일하면 월급이 200만원대밖에 안 된다. 사람을 더 뽑아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물류비가 올라가 생산성이 떨어진다. 업종의 특징이 있는데 다 차단돼 있다. 실태가 그런데도 외국 이론을 가지고 막 두드리고 있다. 예외조항을 남겨 놓아야 한다.”

"한국노총, 대선서 중립 지킬 것"

- 새누리당 노동위원장으로서 대선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박근혜 후보의 노동관은 일한 만큼 받아 가고, 중간에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제도를 개선해서 억울한 사람 없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한국노총은 이용득 전 위원장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동안 녹색사민당 창당과 새누리당 지지 모두 다 실패했다. 한국노총이라는 거대 조직이 노조법 개정이라는 큰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파견전임자 해결도 못하면서 한쪽에 서는 것은 조직을 깨자는 것이다. 한국노총 조직이 아무리 강건해도 지역선거조직을 깰 수는 없다. 한국노총은 아무래도 여당쪽 성향이 강하다. 민주통합당도 상징적으로 한국노총이 필요했을 뿐이다. 문진국 위원장이 한국노총 조직을 잘 안다. 절대로 한쪽에 안 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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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홍 새누리당 노동위원장은]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 한국운수물류노조총연합회 의장/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국제운수노련(ITF) 공정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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