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폭언과 폭행, 차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3~9월 6개월간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1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96년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 이어 2010년과 지난해 원양어선 오양 70호와 75호의 인권침해 사건에 이르기까지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어업 이주노동자의 93.5%는 "욕설이나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 42.6%는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주노동자가 84%나 됐다.

노동조건과 생활조건도 열악했다. 응답자의 하루 평균 조업시간은 13.9시간이었다. 이들의 66.5%는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는 49.4%로 절반에 달했다.

근로계약과 교육과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조차 몰랐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답변은 32.6%로 조사됐다. 모국어로 된 계약서로 선주와 직접 계약한 응답자는 16.1%에 그쳤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110만원이고 매달 정해진 날 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는 53.3%에 불과했다. "통장이나 임금명세서가 없어 언제 얼마가 들어오는지 모른다"는 응답은 10.7%였다.

응답자의 26.6%는 업체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변경사유는 임금 때문(42.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장시간 노동(40.0%)과 선주 등의 욕설·폭행(28.9%)이 뒤를 이었다. 인권위는 “정부는 표준계약서에 의한 근로계약 체결을 선주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지방해양항만청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국인을 포함해 교육을 실시하고 인권친화적이며 현실적 내용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최종보고회 및 외국인 선원 인권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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