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5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시론
쌍용차 청문회 넘어 국정조사로
예상대로였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는 우려가 현실화된 듯 했다. 진실규명에 꼭 필요한 증인들이 불출석했고, 하루 동안에 사건의 매듭을 풀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무급휴직자와 해고자 복직문제를 푸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너무 짧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유일 쌍용차 사장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규한 현 쌍용차 노조위원장, 김정우 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반면 핵심 증인인 최형탁 쌍용차 전 대표이사와 파완 고엔카 마힌드리 사장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청문회에 나오지 않은 증인들은 “청문회 당일이 돼서야 내시경 검사 일정이 잡혔다거나 바빠서 나올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국회의 권능을 무시했다.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할 것이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청문회는 그간 항간에 떠돌았던 쌍용차의 회계조작과 고의부도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진실 규명의 포문을 열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새 국면을 연 것이다.

우선, 정리해고 사태의 빌미가 됐던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은 회계조작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법정관리 신청을 했는데 932억원의 만기 회사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청문회에서는 쌍용차는 법정관리 신청 당시 약 3천300억원의 가용자금이 있었고, 렉스턴 2 유로라는 신차를 개발했으나 양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쌍용차 경영진은 빚을 갚을 돈이 있음에도, 신차를 개발했는데도 양산하지 않고 뒷짐만 진채 부도를 방조했다.

여기에 회계법인의 자산가치 축소와 생산성 저평가까지 동원됐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안진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자산가치를 종전보다 축소된 8천600억원으로 평가했다. 종전에 한국감정원은 쌍용차의 자산가치를 1조3천억원으로 평가했음에도 이를 낮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와 회계법인은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삼정KPMG는 완성차의 생산성 지표인 시간당생산 대수(HPV)를 유명 컨설팅업체가 한 것처럼 꾸며 보고서를 작성했다.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지표는 유명 컨설팅업체의 조사결과로 둔갑한 것이다. 이러한 조작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위해 쌍용차와 회계법인이 미리 짜고 실행했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조작된 회계보고서는 법정에서 법정관리 신청과 정리해고 합법성을 얻기 위한 핵심 근거로 채택됐다. 금융감독원은 쌍용차가 회계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법 위반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덮어버렸다. 또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에 당시 상급자인 강희락 전 청장을 제치고 청와대와 직거래해 특공대 투입을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먹튀기업인 상하이차가 자본을 철수한 이유도 유동성 위기가 아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렇듯 쌍용차, 회계법인, 법원, 정부가 회계조작과 고의부도 그리고 정리해고 사태에 연루됐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비정규직을 포함한 3천여명의 정리해고자와 죽음을 선택한 22명의 노동자와 가족만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

청문회에서는 쌍용차 사태의 책임공방도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먹튀기업인 상하이차에 매각을 승인한 참여정부도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참여정부가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다며 책임을 제기했다.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를 승인한 민주당 대선후보 정세균 의원(당시 산자부 장관)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쯤되면 현 정부, 전 정부도 쌍용차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때문에 해법도 기업 차원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피해구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단 하루 만의 청문회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되레 청문회에 출석한 쌍용차 사태의 책임 있는 증인들에게 면죄부만 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는 책임을 둘러싼 공방만 벌여서는 안 된다. 사태의 원점으로 돌아가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 애초 국회 환노위에서 논의됐듯이 특별위원회에서 상설적으로 논의하거나 국정조사로 확대해야 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성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