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희 기자
“사진 속 이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지난해 8월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정동영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정 전 의원은 “2003년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85호 크레인에서 넉 달을 버티다가 자기 밥통을 올려 주던 밥줄에 목을 맨 김주익 지회장”라고 설명했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목숨을 던진 곽재규 조합원과 의문사를 당한 박창수 위원장도 알아보지 못했다. 가족경영을 평소에 강조하던 한진중공업의 회장이 단체교섭 상대인 위원장을, 그것도 교섭을 하자며 목숨을 끊은 위원장을 몰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쪽에서는 정리해고를 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주주들에게 300억원 가까이 배당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리해고 당시에 다른 조선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익률을 기록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청문회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상식적이고, 추악한 모습이 드러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청문회를 기점으로 조남호 회장이 국회의 권고안에 따라 노조를 만나 협상을 했고, 어렵사리 타결됐다. 희망버스의 응원을 받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목숨을 건 크레인 농성을 마치고 309일 만에 무사히 땅을 밟았다.

환노위가 오는 20일과 24일 두 개의 청문회를 연다. 99년 정리해고 뒤 22명이 세상을 등진 쌍용자동차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와 산업현장 폭력용역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가 그것이다. 지난 12일에 확정된 증인·참고인을 보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여야 의원들의 노력도 보인다. 산업현장 폭력용역 문제를 다루면서 최근 문제가 된 SJM뿐만 아니라 2010년과 지난해 각각 폭력사태가 발생했던 KEC와 유성기업을 함께 살피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업장 분란의 원인제공자로 알려진 노무법인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 것도 문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청문회가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곱씹어야 한다. 지난해 그렇게 어렵게 해결점을 찾은 한진중공업을 보자.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따르면 올해 수주한 선박은 10척인데, 모두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했다. 고사작전에 돌입했다는 말도 나도는 모양이다. 순환휴직을 늘리는 판국에 올해 11월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기존 노조는 지난해 말 새로 생긴 제2 노조에 교섭대표권마저 빼앗겨 회사와 다른 말을 하는 세력은 거의 씨가 말랐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고공농성과 청문회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아니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오히려 악화됐다고도 할 수 있다.

환노위가 조만간 열리는 쌍용차와 폭력용역 청문회 이후를 더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한진중공업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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