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해외취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의 퇴직급여충당적립금과 임금인상액(팀장급)을 모아 충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회가 의결한 예산을 국가재정법에 따른 절차 없이 초과 집행한 것도 모자라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인 민간자금을 위법한 방법으로 국가사업에 동원한 셈이다.

11일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단이 예산을 초과한 사업을 집행하면서 부족해진 사업비가 167억1천300만원이나 된다. 올해 책정된 해외취업사업비(177억원)에 육박한다. 사실상 사업이 부도난 상태로 볼 수 있다. 주요한 국책과제를 추진하면서 기초적인 예산추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해외취업사업은 노동부가 공단에 위탁한 것으로 국무총리실에서 직접 주관하는 국정과제다. 하지만 매년 성과가 저조해 예산이 지속적으로 삭감돼 왔다. 국가사업을 진행하다 예산이 부족하면 사업을 줄이거나 예산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은 편법을 택했다. 공단은 지난 7월 이사회를 열고 △일반회계 출연금(사회적기업 민간경상보조금)에서 45억5천만원 전용 △퇴직급여충당적립금 26억7천만원을 부족사업비 충당으로 전용 △팀장급 이상 임금인상액 반납 등을 의결했다. 공단은 특히 자구책의 일환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인상분에 대한 반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조사관실에 따르면 퇴직급여충당적립금과 임금은 민간자금이기 때문에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은 엄연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한정애 의원은 "공단이 공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인 국가재정법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 초유의 사태"라며 "자구책이라는 미명하에 공단의 잘못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노동부 또한 공단을 감독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실적을 쌓기 위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잘못을 범하게 됐다"며 "퇴직급여충당금 전용은 법률가에게 검토한 결과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고 임금인상 반납은 자구책 중 하나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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