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지부

얼마 전부터 서울 을지로2가에 위치한 외환은행 본점 앞에 가면 아침·점심·저녁으로 빨간조끼와 머리띠를 두른 은행원들을 볼 수 있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 조합원들은 건물 입구에서 “하나지주는 파렴치한 합의위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나눠 들고 하루 세 차례 집회를 연다. 대주주 론스타에 맞서 15개월간 끈질긴 투쟁을 벌여 온 지부 내부에서 또 다른 장기투쟁의 조짐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외환-하나은행의 IT부문 통합 운영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철(47·사진) 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다동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은행의 핵심인 IT부서를 통합하겠다는 것은 두 은행을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독립경영을 보장한 합의를 지켜 내기 위해 지주사의 터무니없는 시도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2월 중순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독립경영을 침해하는 행위를 여러 차례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월 중순 열린 하나금융지주 임원워크숍에서 외환-하나은행의 IT부문 통합계획이 공개되면서 지부의 반발에 불을 붙였다.

김 위원장은 "IT부문을 통합하려면 사전작업으로 금리·상품체계·업무프로세스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며 "사실상 이름만 별도로 둘 뿐 두 은행을 하나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지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하나금융지주는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전산업무 담당자 두 명을 차출하고, 두 은행에서 각각 6명의 실무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을 추진하는 등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지부가 투쟁에 돌입한 이후에도 하나금융지주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투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IT부문 통합 문제로 그동안 잠자코 있던 조합원들에게까지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며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계획을 백지화하지 않을 경우 론스타 투쟁에 버금가는 질긴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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