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6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각 산하 조직의 의견을 취합해 차기 위원장을 포함한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등 임원선거를 직선제로 치를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달 26일 열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구한다.

민주노총은 올해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논란 끝에 위원장 직선제 도입을 결정했다. 직선제에 찬성하는 이들은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 민주노총을 혁신해야 한다고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직선제가 과연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선거를 치를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민주노총과 각 산하조직의 선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에는 위원장 직선제가 오히려 민주노총의 민주성을 약화시키고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불과 4개월 남짓 남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과연 직선제로 치러질 수 있을까.

윤효원
IndustriALL 코디네이터
“위원장 직선제, 정파 대리투표로 전락할 것”

간선제를 하면 정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직선제를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당원 직선제 사례는 선거인 수가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가 부당하게 관철됨을 잘 보여주었다. 노총 위원장 후보에 대해 평조합원들이 가질 정보는 자기 지역의 지자체장만도 못하다. 조합원들은 ‘위’나 ‘옆’의 사견에 따라 투표할 것이고, 선거 관리가 잘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결과는 ‘대리투표’가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민주노총이 선거 관리 능력을 갖고 있느냐다. 지금 민주노총은 정치력과 정책 능력은 물론 실무능력까지도 고갈된 상태다. 선거인명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직선제 운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민주노총이 선거인명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명도 안 되는 대의원도 관리하기 어려운데, 국가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아닌 민주노총이 수십만 명이나 되는 ‘남의 조직’ 명부를 어떻게 관리한단 말인가.

노동조합 민주주의는 그 형식과 방법에서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제보다는 집단지도체제인 의회중심제와 비슷하다. 제왕적인 지도자를 의회가 견제하는 권력 분립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선출되고 파견된 의회로 힘을 집중하는 권력 집중인 것이다. 위원장 직선제에 쓸 정력과 돈의 절반만 노총 대의원대회의 정상화와 활성화에 쓴다면, 조직 혁신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게 클 것이다.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상임대표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직선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비대위라도 구성해 추진해야”

직선제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민주노조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직접민주주의다. 최근 보수정치 진영도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노총이 여전히 직접 뽑지도 않은 대의원에 의해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직선제는 여러 차례 유보됐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는 직선제 실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선거인 명부 확보나 선거관리의 문제, 예산상의 이유 등 여러 가지를 직선제 실시의 걸림돌로 언급한다.

사실 직선제는 의지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직선제를 실시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아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대표를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선출할 수 없는 조직이면, 앞으로 어떤 사업을 제대로 하겠는가.

좌파노동자회는 직선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민주노총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직선제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현실적 문제 해결한다면 직선제 시도해 볼 만”

민주노총이 조합원 총투표를 해본다는 건 좋은 일이다. 위원장 선거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2005년도 노사정위원회 참여 문제를 놓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파행을 겪은 일이 있다. 의사결정을 대의원대회에서 하다 보면 정파들에 의해 의사가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총투표를 하게 되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이 총투표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으면 좋겠다.

물론 우려도 있다. 선거 비용 문제와 선거 과정을 두고 조직 내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장 조합원을 상대로 후보를 알릴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대처가 마련된다면 간선제보다는 직접 투표가 좋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번 기회에 노조 간부들의 짧은 임기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어용노조를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조 간부의 임기를 짧게 한 것이 관행이 돼 있다. 하지만 노조의 교섭 당사자인 기업과 경총의 담당자들은 업무가 장기화되면서 전문성이 강화되는 데 반해 노조는 간부가 수시로 바뀌게 되면서 역량의 약화가 우려되는 현실이다. 임기가 짧아서 리더십이 불안정하고 노조 간부들의 독자적 결정권한이 약화돼 있는 것도 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직선제와 같이 큰 의사결정을 한다면 조합원들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임기를 4~5년 정도로 연장하는 것도 검토했으면 한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직선제 실현 위해 끝까지 최선, 현실적 어려움은 있어”


현재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결의에 따라 차기 위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치르기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 산하 조직에 선거인명부 제출을 독려하고 있고 현장투표·모바일투표 등 다양한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인명부가 아직까지 상당 부분 제출되지 않은 상태고, 직선제를 치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하는 조직들도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다음달 6일 열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집행부 입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산별연맹·노조 등 산하 조직들이 선거인명부 제출 현황 등을 자체 점검하고 직선제가 시행 가능한지에 대한 최종 입장들을 정리해 오기로 했다. 산하 조직의 의견을 취합해 대의원대회에 제기할 집행부 안을 결정한다는 게 현재 총연맹의 입장이다.

직선제 실시는 조합원과의 약속이기에 지켜야 하지만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총연맹 집행부는 마지막까지 직선제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직선제 추진이 어렵다고 결론난다면 왜 그런지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논의를 다음달 6일 할 것이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26일 열릴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몫이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직선제는 민주노총 혁신의 주요한 도구”


공공운수노조·연맹은 다음달 5일께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열고 직선제에 대한 조직적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입장을 말한다면 직선제 도입은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직선제가 정파문제와 관료주의 등 민주노총의 혁신을 가로 막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모두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노조의 민주주의와 혁신을 위한 주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미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들이 적지 않아 직선제를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완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면 될 문제다. 선거인명부와 모바일 투표 등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지만 노조별 상황을 고려해 사회통념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과 기술을 마련하면 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번에 직선제가 실시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대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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