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사정없는 된바람은 지붕을 날리고 아름드리나무를 꺾었으며 기어이 사람 목숨을 끊고 말았다. 성난 자연 앞에 무력한 사람들, 신문지 창에 발라 가며 숨죽였다. 몸 사렸다. 같은 처지 누구에게나 안부를 물었고 손 맞잡아 바람을 견뎠다. 사정없는 직장폐쇄, 그리고 이어진 용역경비 폭력 앞에 깨지고 부러지고 쫓겼지만 사람들 거기 맞섰다. 멀리서 찾아 어깨 비볐다. 공장 담벼락 빈틈없이 날카롭던 철망을 솎아 내고 대신 사람 띠 촘촘히 공장을 에워쌌다. 함성, 모이니 우렁찼다. 바람에 깃발 살아 철조망에 걸렸다. 직장폐쇄, 용역투입 예고된 두원정공 노동자 그림자가 그 담에 선명했다. 볼라벤 낸 길 따라 덴빈 오른다니 사람들 폭우를 대비한다. 비슷한 처지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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