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이맘때가 되면 노동부는 노동조합 조직률을 발표한다. 올해는 ‘조직률 10%대 회복’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있었다(매일노동뉴스 8월20일자 참조). 지난해 9.8%로 조직률이 드디어 10% 아래로 떨어졌다고 보수언론에서 난리가 난 것처럼 떠든 것에 비하면 조용히 지나갔다.

기사를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 중에도 조합원수가 더 이상은 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두 자릿수 회복이라는 말이 싫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보자니 마음이 착잡하다. 생각은 획기적으로 조합원수를 늘릴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우선 내부에서 답을 찾아보자. 지난 한 해 한국노총 조합원은 4만304명(5.5%) 증가했다. 복수노조 및 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후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현장의 혼란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숫자다.

그 내용도 칭찬할 만하다. 지난해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있던 자들게는 폐쇄적이었던 노조를 개방해 늘어난 숫자가 적지 않다. 이른바 정규직 중심의 노조에 비정규직의 가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약을 개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노조와 우정노조다. 일부 무기계약직 또는 일정기간 이상 종사한 자들이 우선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조합원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대형 산별노조에서 택한 것이다.

앞으로는 이들에게 노조가입의 문을 더욱 개방해야 한다. 근로조건 차이가 조합원이 되고 말고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님을 적극적로 보여 줘야 한다. 그럴 경우 조합원수를 늘리는 이상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사용자 편향적인 정부나 사용자측의 궤변이 설자리를 잃게 된다. 이들은 늘 “조직률 저하는 정규직 노조 중심 노동운동의 결과다. 대규모 대형 사업장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을 흘린다.

노동법적 의미는 더 크다. 상대적으로 덜 보호받던 이들이 노조의 울타리 아래서 많은 보호를 받게 된다. 앞으로는 노조가 자신들을 위해 쟁의행위를 하고 차별시정까지 대신하게 된다. 비조합원이라면 절대 누릴 수 없는 헌법과 노동법상 많은 기본권과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해결에서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차별과 간접고용이다. 차별해소와 외주화를 막기 위해 노조가 노동3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회사 내 차별해소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차별해소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싶다. 정부도 사회도 하지 못한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노조가 했다는 평가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로 눈을 돌리면 시계는 제로다. 최근 3년간 노조를 만들고 조합원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은 최악이었다. 제도설계부터 집행부까지 모두 부정적 요소다. 제도가 타임오프로 전임자를 줄이더니 노동부는 이와는 무관한 편의제공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뒤로는 창구단일화 제도를 숨기면서 "복수노조 설립이 자유로워졌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결과는 어떤가. 조합원수만 보면 노조법 개정으로 조합원수가 늘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노동자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의 폐해는 조합원수와 직종을 가리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지하철노조의 국민노총 가입과 만도에서 새 노조가 만들어진 과정이 아니겠는가. 두 건 모두 사측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은 두 번에 걸쳐 서울지하철노조의 상급단체 변경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벌써 설립신고를 취소했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국민노총을 제3 노총으로 부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창구단일화 제도를 없애고 정부가 준법집행만 해 준다면 노조 조직률은 지금의 배가 될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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