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70대 할머니는 월 7천원 때문에 시청에서 농약을 먹고 자살하는 판에 정치인들은 제도권 정당의 비례대표를 사기 위해 정치브로커에게 몇 억원씩 뒷돈을 쥐어 주고 있다.

차떼기 정당 새누리당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 문제는 유력 대선주자 10여명이 각축하는 민주통합당도 모양새는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현영희 의원의 의혹을 전체 공천헌금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호재로 받아들였다. 의혹의 핵심인 조기문씨는 한나라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을 지내며 부산 ‘정가의 마당발’ 역할을 했다고 한다.(한국일보 8일 3면) 말이 좋아 정가의 마당발이라지만, 사실은 정치브로커를 일컫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고문이 4년 전 ‘돈 공천’으로 물의를 빚은 서청원 전 의원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개혁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후보가 공천비리에 연루된 서 전 의원 등의 변호에 나선 건 부적절한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경향신문 9일 8면)

안철수 교수는 SK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해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안 교수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여러 잡음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노조원을 집단 폭행한 사설경비업체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임내현 의원은 문제의 사설경비업체 컨택터스가 지난해 다른 곳에서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회사의 변호를 맡았다. 광주고검장 출신인 임 의원은 2010년 6월 전남 나주의 한국3M 공장에서 노조원들을 폭행해 광주지법에서 재판받은 사건에서 사측의 변호를 맡았다.(서울신문 9일)

한국3M은 전남 나주 외에서도 안산 인근에서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3M은 그 사건으로 지금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해고 등으로 공장에서 쫓겨난 노조원들은 지리한 복직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여당은 경비업체의 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안산 단원경찰서장을 징계하면서 재빠르게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 자체가 폭력의 주범이었던 용산참사와 2009년 쌍용차 사태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총선 전 관악을에 출마하려 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의 보좌관 등 6명도 경선 여론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여론조사업체에 들어가 실시간 조사상황을 빼돌리고, 연령을 속여 답변하도록 247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급하게 개설한 대포전화 50대를 다른 사람 휴대폰으로 착신 전환해 여론조사에 응하게 했단다.

경남 거제시에 사는 78살의 할머니는 제초제와 유서가 든 작은 손가방을 옆에 둔 채 숨졌다. 거제시청 용역직원은 공무원들의 근무가 시작된 지난 7일 오전 9시30분쯤 시청 화단에서 숨져 있는 이 할머니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유서엔 “살아가기 힘든데 기초생활 지원금 지급이 중단돼 원망스럽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한국일보 8일 8면)

시청 화단에 숨진 채 누워 있던 할머니를 발견한 사람도 시청 내 비정규직이다. 복지논쟁 공수(攻守) 모두가 대체로 이런 정치세력이다.

이 와중에도 지식인들은 보수신문에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됐다”고 칼럼(동아일보 9일 29면)을 휘둘러 대고, 그 신문은 뇌물비리로 아수라장이 된 한국수력원자력 김균섭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원전 홍보에 한창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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