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판결 / 대법원 2009두16763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사건의 경과

2007년 9월2일께 전국금속노조 지엠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됐고, 원고들은 해당 노조의 간부 등으로 활동하던 노동자들이다. 원고들은 노조설립 직후인 같은해 9월10~17일 사이에 소속된 하청업체들로부터 입사 당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원고는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고 노동위원회는 기각했다. 원고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서울행정법원)과 2심(서울고등법원)도 노동위원회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근로자의 지능, 경험, 교육정도, 정직성 및 직장에 대한 정착성과 적응성 등 전인격적 판단을 거쳐 고용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어 제출이 요구되는 이력서에 허위의 경력을 기재한다는 것은 그 근로자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적 요소가 됨은 물론, 기업이 고용하려고 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전인격적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채용시의 허위경력 기재행위 내지 경력은폐행위는 작성자의 착오로 인한 것이거나 그 내용이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해고사유로 유효하고 이에 따른 징계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요지

반면에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들을 채용할 당시에 학력 허위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가정적 인과관계의 요소뿐 아니라, 고용 이후 해고시점까지의 제반 사정을 같이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였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고용관계 지속 여부’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가 사전에 그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동일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등 고용 당시의 사정뿐 아니라,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그 근로자가 종사한 근로의 내용과 기간, 허위기재를 한 학력 등이 종사한 근로의 정상적인 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학력 등의 허위 기재 사실을 알게 된 경위, 알고 난 이후 당해 근로자의 태도 및 사용자의 조치 내용, 학력 등이 종전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는 사정이 드러남으로써 노사 간 및 근로자 상호간 신뢰관계의 유지와 안정적인 기업경영과 질서유지에 미치는 영향 기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고용관계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구체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원심으로서는 그 판시한 사정 이외에 참가인 회사 등이 그 취업규칙에서 학력 등의 허위 기재행위를 해고사유로 명시한 취지, 4년제 대학졸업자는 생산직 사원으로 고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면서 채용 당시 그러한 조건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아니한 이유, 위 원고들이 학력을 허위기재하여 취업한 경위 및 그 목적과 의도,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위 원고들 각자가 종사한 근로의 내용과 기간, 학력이 당해 근로의 정상적인 제공 등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 학력 허위 기재가 드러나게 된 경위와 그 이후 위 원고들의 태도 및 참가인 회사 등의 조치, 학력 허위 기재가 드러남으로써 노사 간 또는 근로자 상호간의 관계나 기업경영 환경 및 사업장 질서유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심리해 본 다음, 이를 토대로 해서 보더라도 학력 허위기재를 이유로 해고를 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정도는 아니어서 그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원고들 각자의 사정을 개별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판결의 의미

종래 대법원 판례의 주류는 이 사건 원심 판결의 내용과 같이 학력의 허위기재는 근로자들에 대한 전인격적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으로 정당한 해고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80년대 이래 대학에서 현장으로 투신한 많은 노동운동가들을 현장으로부터 쫓아내는데 적극 협조해 왔다.

그 근저에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위법한 행위 또는 바람직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노동자의 생활보호라는 측면보다는 ‘경력사칭을 채용시에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기업 외로 추방하여야 한다’는 도덕론적 가치판단을 지나치게 중시한 것이다. 80년대에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린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자 노동현장으로 들어갔던 이른바 ‘위장 취업자’를 기업 외로 추방하는데 일조한 구시대적인 산물로서 마땅히 변경돼야 하는 판례다.

노동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가 어떠한 기술과 자격·경력·학력을 필요로 할 경우 그러한 자격과 경력 등의 존재를 요구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력허위 기재의 경우에도 실제 업무수행 능력에는 하등 문제가 없었다면 단지 요구한 학력·경력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수행할 업무가 이 사건처럼 자동차 조립업무나 용접업무로서 대학졸업 여부 등 학력을 굳이 이력서에 요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경우라면 오히려 노동자의 인격적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는 학력 정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애초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설사 백 번 양보해 징계사유의 하나로 본다고 하더라도 학력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무단결근 등 근무태도 불량, 업무상 지시 위반, 직장 내 폭력, 중대한 사고로 인한 손해 발생, 사생활에서의 비행, 겸직금지의 위반, 불법 쟁의행위, 유죄판결 등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가 인정된다.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치는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유독 학력 미기재 등 경력사칭에 있어서만 입사 이후부터 해고 당시까지의 근로관계까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한 판단을 생략한 채 근로계약체결시 사용자의 주관적 입장만을 고려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기본적으로 학력의 허위기재(정확히는 미기재) 행위는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기 때문에 종래 대법원 판례를 근본적으로 변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닌 소부 판결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원심 판결과 비교하면 알 수 있듯이 종래 판결과 달리 학력 허위기재사실만으로는 해고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정한 경우에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여지가 생기게 된 것으로 한걸음 반 정도는 진전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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