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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치방침 어디로 가나] 퍼즐처럼 흩어진 의견, 하나로 맞출 수 있을까'노동자 계급정당 건설'부터 '민주통합당 제휴'까지 … 이석기·김재연 제명 부결로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할 듯
▲ 지난 17일 민주노총을 찾은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가 민주노총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대선 후보들 가운데 민주노총을 찾은 후보는 김 후보가 유일하다. 정기훈 기자

지난 4·11 총선 정당명부 비례대표 후보 선출 부실·부정선거 논란에서 시작된 통합진보당 사태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논의에 가속도를 붙였다. 민주노총은 총선에서 진보정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사회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도 정당명부 비례대표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해 논란을 낳았다. 총선 직후 부실·부정선거 논란이 일면서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조건부로 철회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바람과는 달리 이달 25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파행으로 치달았고, 이튿날에는 혁신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다. 민주노총이 당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는 조건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에는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론부터 민주통합당 제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분포돼 있다. 민주노총은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 특별위원회'(새정치특위)를 발족했다. 최근 민주노총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정치방침 흐름을 <매일노동뉴스>가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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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로 통합진보당 지지를 철회한 것은 강기갑 대표에게 개혁을 완수하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통합진보당은 25일 중앙위원회에서 단 하나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참담하다. 집단 탈당을 포함해 당과의 완전한 결별까지 고민하고 있다."(산별대표자 A씨)

"진보정당 국회의원 한 사람이 있으면 국회가 달라질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옛 민주노동당 시절에 10명이나 국회에 들어갔지만 의회민주주의만 추구했다. 노동자 입장을 대변한다면서도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 주지 않았다." (현장활동가 B씨)

지난 5월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민주노총은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통합진보당 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민주노총이 당을 진보정당으로서 계속 지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결국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조건부로 철회했다. '조건부'라는 단서를 단 것은 통합진보당이 노동중심성을 확보하고 중앙위에서 결의한 혁신안이 "조합원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실현되면 다시 진보정당으로 지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이달 25일 열린 중앙위에서 회순 문제만을 놓고 9시간 동안 마라톤회의를 하다 산회했다. 26일 의원단총회에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 사실상 민주노총이 요구하던 조합원·국민 눈높이의 혁신이 좌초된 셈이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민주노총의 요구와 압력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통합진보당 혁신파에 '혁신 완수'를 요구하며 조건부로 지지를 철회를 했던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더 이상 당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졌다. 통합진보당도 당내 최대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새 판을 짤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통합진보당 당대표 선거 당시 민주노총 산하 16개 산별가맹조직 중 10개(금속노조·대학노조·민주일반연맹·보건의료노조·한국비정규교수노조·사무금융연맹·서비스연맹·언론노조·화학섬유연맹·정보경제연맹) 산별대표자들은 강기갑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 후보가 혁신 임무를 완수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참담함으로 돌아왔다. 산별대표자 A씨는 "당대표 선거에서 강기갑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던 산별대표자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며 "우리 조직은 당과의 완전한 결별과 집단탈당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30% 이상이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가입해 있는 C 산별조직 관계자는 "당이 혁신을 통해 진보정당의 면모를 갖춰 나가기를 희망했는데 여전히 난장판"이라며 "옛 당권파의 행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기대 저버린 중앙위 파행·제명 부결

민주노총은 총선이 끝나면 진보정당들을 모아 다시 진보대통합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다 통합진보당 부실·부정선거 논란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다.

현재 민주노총 안팎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통합진보당 유지론 △통합진보당 개조론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론 △민주통합당 제휴론 등으로 분류된다. 통합진보당 유지론은 민주노총 내·외부의 옛 당권파, 통합진보당 개조론은 혁신이 완료되면 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산별조직, 노동자 계급정당 창당론은 좌파진영에서 주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5일 통합진보당 중앙위 파행과 26일 제명안 부결로 인해 개조론을 외치던 상당수 산별조직이 당에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 가는 쪽은 좌파진영이다. 총선 전인 올해 2월 김일섭 전 대우자동차노조 위원장의 제안으로 "현장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금속노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지난달에는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 활동가 모임'(활동가 모임)이 제안됐다. 이달 14일에는 대전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기존의 금속노조 활동가들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전교조·공무원노조의 좌파 활동가들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부각되는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론

활동가 모임은 제안서에서 "그동안 현장의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주체가 아니라 표 찍는 기계, 돈 대주는 물주의 역할에 머물렀다"며 "그 결과 노동자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무덤으로 사라지고, 출세주의자들이 장악한 진보정당은 보수야당의 2중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운동을 복원하고 노동자계급을 변혁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과제로 △사내하청 정규직화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정리해고 철폐투쟁 △노동시간단축과 주간연속 2교대제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를 제시했다.

김일섭 전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은 결정적으로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지 못했다"며 "이제 노동자가 스스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중심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만들어진 활동가 모임은 또 있다. 지난해 12월 모임을 시작한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 모임'이다. 이들은 통합진보당에 반대하고 진보신당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노동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최종 목표로 하되, 과거 진보정당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활동의 토대를 담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달 10일 공공운수노조·연맹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존 정당과의 연대와 동맹을 통해 노동계급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며 "의회권력을 일부 받고 노동계급의 문제를 그 정당의 주요 과제로 의제화하는 과정을 노동운동의 정치화 과정의 하나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이를 노동정치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위원장은 "노동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세력화를 통한 노동자정당 건설과 이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반자본주의에 입각해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자 하는 정치"라고 규정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는 왜 실패했나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고민은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나를 진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을 고민하는 의견그룹들은 공통적으로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지난 10일 16개 민주노총 산하 산별조직 중 처음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조·연맹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를 몰아주기로 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대표적인 조직이다. 조상수 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동당부터 통합진보당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반대에 머무르고 의회주의적 성향을 보였다"며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한국사회 변혁의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고 대중 정치투쟁을 힘있게 전개하면서 의회투쟁과 결합시켜 나가지 못한 진보정당의 한계가 현재의 위기를 잉태했다"고 진단했다.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파들이 낡은 진보 프레임에 갇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정확한 실천과제를 연결하는 작업보다 서로 입맛에 맞는 입장을 가지고 정파 간 세력다툼에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새정치특위, 총파업 이후 논의 본격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민주노총 내부의 공식논의는 새정치특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는데, 8월 말 총파업을 앞두고 있어 현장토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특위가 주최하는 공개토론회는 다음달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일부 좌파진영에서는 새정치특위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성윤 새정치특위 운영위원장은 "그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금 현장에서는 정치얘기만 꺼내도 불신하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치세력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밝혔다. 새정치특위에는 10개 안팎의 현직 산별조직 대표자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망감이 한편으로는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논의를 부추겼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통합당과의 제휴 가능성도 높였다. 물론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큰 노동계 입장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제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이 전 위원장은 현재 민주통합당에서 쌍용자동차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제1야당에 노동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으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입당한 것"이라며 "25일 통합진보당 중앙위가 파행된 후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이제 새롭게 판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과의 제휴론은 연말 대선과도 연결돼 있다. 실제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조직 출신 활동가들이 대거 야권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기존의 정치세력들과 일정하게 연대를 통해 정치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박근혜 친노동세력으로의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정치세력과 제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 쉽지 않을 듯

민주노총의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로 종식됐다. 향후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당이 창당되든, 기존 정당과 제휴하든 간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방식의 정치방침은 노동계 내의 옛 당권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호동 발전노조 정책위원장은 "노조 내에도 정치적 자유가 있다"며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에 대해 배타적 지지를 해서 조합원의 정치적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양성윤 새정치특위 운영위원장도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정치적·조직적 힘을 발휘하는 데 유의미하지만 내부를 갈등 국면으로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연말 대선에서 어떤 후보 지지할까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논의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 중 하나는 연말 대선 전략이다. 대선 전략의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야권연대였는데,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야권연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대선 국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동계 좌파진영도 독자적인 노동자 대선후보를 내자는 의견과 일단은 계급정당 건설에 주력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노동자 후보를 내는 것은 권하고 싶은 전술이 아니다"며 "그렇게 되면 지지율도 낮을 것이고 진보진영이 더 왜소하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민주노총의 요구를 중심으로 제휴전술을 펴는 게 맞다"며 "요구를 받는 후보에 대한 연대전술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조현미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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