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제는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를 거시경제의 상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위기의 장기화·상시화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경향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금융 측면과 실물 측면에서 모두 여건이 호전될 가능성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채무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현재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그리고 차입시장에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다.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약 400포인트 가깝게 빠진 상태다.

실물 측면에서 대외여건은 더욱 어둡다. 선진국 경제권의 침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수출이 고작 0.7%밖에 늘어나지 않았던 걸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마저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동차부문의 경기가 나빠지면 곧바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홍콩을 포함해 수출 비중 3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이 빠르다. 9%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경제의 2분기 성장률이 7.6%로 낮아진 것이다.

물론 “중국경제는 이미 9~10%의 성장이 어렵고 7~8% 성장에 적응됐으며, 하반기에는 더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8% 내외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하는 우 사오치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의 언급처럼 중국경제의 성장률 기대치를 이제부터는 한 단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곧 우리의 수출 기대치 역시 낮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실물과 금융 측면에서의 대외적 여건만 악화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국내적 여건도 호전되기보다는 악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하락 국면이 지속되면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하락과 직접 연계된 가계대출 상환 연체사태로 표현되는 주택 집단대출 문제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려해 왔던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하락이 맞물리면서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진한 민간소비가 가계부채라는 덫에 걸려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10년 2분기부터 수출규모가 국내 민간소비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서기 시작해 2년째 계속 수출규모가 민간소비를 앞지르고 있는 중이다. 2000년에만 해도 수출규모는 민간소비의 65% 정도였다. 수출에 비해 민간소비가 얼마나 정체돼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상반기에 예산의 60%를 집중 투입해 민간소비 부진을 그나마 보완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외우내환이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더 고민은 깊어진다. 사실 답은 나와 있다. 누구나 주장하고 있는 해법은 내수기반을 다시 강화하자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중국경제만 내수중심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역의존도로 보자면 중국은 50% 내외인 데 반해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90%를 오가고 있는 만큼 내수기반 강화는 우리가 더 절박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내수기반을 다지는 것인지에 있다. 정부소비도 늘려야 하고 기업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간소비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더 강한 구매력을 갖고 소비여력을 키워야 한다. 위기가 장기화하고 상시화하는 원인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의 부족에 있다는 진단이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국민들의 소비여력을 확충할 것인가. 과거처럼 대출을 늘려 빚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빚을 갚아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부채상환이 소비여력을 갉아먹는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줘야 한다. 소득, 특히 근로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의 경제위기는 수요의 위기이지 기업의 비용이나 이윤의 위기가 아니다. 우리 재벌들에서 보듯이 주요 대기업의 이윤은 거의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임금을 올리기에는 기업의 여력이 없다는 변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임금을 쥐어짜서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경영관행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내수의 원천으로서 임금문제에 다시 천착해야 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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