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예상보다 폭발적이다. 정치권이 연일 노동현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양은 물론 그 속도를 보면 곧 입법이 될 것만 같다. 11일만 하더라도 한국노총이 주최한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와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위장불법 하도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각 당의 내로라하는 의원들이 토론자로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오랜만에 맛보는 열기가 기쁘기만 하다.

복지와 노동이 대세인 것이다. 한데 이 같은 분위기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5명 중 8명이 야당, 7명이 여당으로 구성되자 재계에서는 환노위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의회가 노동을 홀대했다는 이유다.

소가 웃을 일이다. 돌이켜 보면 이들이 먼저 노동을, 노동자를 홀대하지 않았는가. 노동자들의 땀으로 일군 기업의 이익을 개인의 것인 양 사용해 오지 않았던가. 의회에 대한 이들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환노위 위원을 언제 그렇게 높이 대우했던가. 돈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국토해양위원회 등에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나.

환노위에 대한 재계의 트집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위원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노동 관련 문제를 꿰뚫고 있는 분들이지 않은가. 평생을 노동운동에 몸바쳐 온 위원부터 이 분야 제1의 학자까지…. 환노위가 홀대받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환노위는 역대 최고라 평가하고 싶다.

전문지식이 없어 정부 주장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지난 모습이 아니었던가. 당과 위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지식과 철학을 갖추고 있는지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지지층의 이런 불안을 누그려뜨리기 위해서인지 여당에선 야당 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핵심 국회의원이 말이다. “지난 19대 국회 말에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상임위 5분의 3을 넘기지 않는 이상 상임위 차원에서 노동법이나 비정규직법을 밀어붙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요지다.

법률 검토 이전에 이 발언엔 국회의원에 대한 낮은 인식이 깔려 있다. 명예훼손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당 국회의원은 무조건 야당의견에 반대하거나 반대하도록 종용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봐 온 국회는 그러했다.

그렇다고 이번 국회도 그래야 한다는 말인가. 적어도 필자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환노위 여당 의원들은 야당 법률안에 우호적이다. 일부 법안에선 더 개혁적인 내용도 있다. 15명 중 5분의 3은 9명이다. 이른바 기간제법 개정안에 대한 9명의 합의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토론과 협의를 거친다면 만장일치도 가능할 것이다.

그야말로 근본적인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젠 “국회법이 어떻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로는 한순간조차 넘기기 어려운 환경이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여당의 정강이나 지도자를 꿈꾸는 이들 모두 경제민주화(헌법 제119조2항)를 외치고 있지 않는가. 이 같은 시대적 소명을 어떻게 제대로 실현하는 것인지에 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노동자를 홀대하고선 그 누가 그토록 바라는 선진국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노동자가 부자가 돼야만 선진국이지 않겠는가.

환노위에서도 입법순서를 정했으면 한다. 전체 노동자들, 특히 저임금·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고 불법위장 하도급과 임금차별을 금지하자는 데 어찌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겠는가.

조직된 노동자들도 이러한 입법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견이 나뉘는 법만을 고집하거나 힘을 앞세워 의원들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 90%에 이르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게 된 후에야 조직화의 숙원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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