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섭 변호사
(금속법률원
경남사무소)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가한 A씨는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2005년 물류회사에 화물운전기사로 취직했고 월 160만원의 급여를 받아 가족을 부양하며 어렵게 살았다. 그러던 중 2008년 유가폭등으로 화물연대 총파업이 발생했고 우연한 기회로 노조활동을 하면서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화물연대 총파업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그는 화물노동자들에게 노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파업이 종료되고 A씨는 2009년께 25톤 화물차량을 3년 할부로 구입해 지입제로 화물운송업무를 했다. 25톤 화물차량으로 거주지인 경남에서 인천까지 운송료로 약 57만원을 받았다. 공사 자재는 당일 작업을 하기 위해 오전 7~8시 사이에 화물을 하차해야 하므로 그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도록 밤에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9시 경남 칠원 톨게이트로 들어가 이튿날 오전 6시 이전에 서울 톨게이트에서 나오면 심야할인으로 톨게이트 비용의 50%만 내면 됐다. A씨는 가능한 그 시간에 맞춰 운행했다. 새벽에 휴게소에 들어가 차를 주차시키고 차 안에서 쪽잠을 잤다. 휴게소에 자리가 없을 때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도로가에 주차를 해 놓고 차안에서 쪽잠을 자면서 운전일을 했다.

A씨는 짐을 싣고 올라가서 다시 그 부근에서 화물을 싣고 경남이나 그 인근으로 내려와야 돈을 벌 수 있다. 밤운전을 하고 다음날 오전 7~8시에 하차를 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인근 운송회사에 전화를 해 싣고 내려갈 화물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운송회사들은 A씨가 빈차로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정한 운송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40만원을 준다고 해도 A씨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운송회사들이 오후까지도 싣고 갈 화물이 없다고 하면서 A씨를 애타게 하며 35만원만 주는 때도 있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라도 받지 않으면 하룻밤을 외지에서 보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식대·여관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짐을 싣고 내려오더라도 오후 2~3시에 도착지에 가면 하차를 할 수 있으나 오후 4시 이후에 도착하면 짐을 받는 업주는 어차피 당일 하차를 해도 작업을 할 시간이 없으니 다음날 아침에 하차를 해 달라고 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오후 2~3시까지 도착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인천에서 화물을 빨리 구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지체되는 경우에는 도착시간이 늦어져 당일 하차할 수 없으므로 기름값이나 절약할 목적으로 천천히 차를 운전해 다시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도착해 하차를 한다. 그리고 다시 회사에 연락해 화물이 있는 경우 짐을 싣고 오후 9시께 차를 운전해 올라가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A씨의 일상이다.

경남에서 인천이나 서울 등지까지 화물운송업무를 할 경우 1회 왕복하면 2박3일이 소요된다. A씨는 통상 한 달에 10~12회 왕복 운전을 했다. 거의 밤운전을 하면서 잠은 휴게소나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차량 안에서 쪽잠을 자면서 생활했다. 집에는 한 달에 3~4회 들어갔다. 1회 왕복 운전을 하면 운송료에서 톨게이트비· 유류비를 제외하고 35만~38만원이 남았다. 한 달 기준으로 대략 350만~400만원 되는데 차량 보험료가 한달에 약 17만원(연간 200만원) 정도 든다. 부품 교체 및 소모품 교환 등 차량 수리비가 월평균 40만원 소요되고 타이어 교환비용이 평균 25만~30만원(연 5~6개 교환, 1개당 40만원, 총 300만~400만원)이다. 총 85만원가량이 평균적인 비용으로 들어간다. 400만원 기준으로 해도 차량 할부값 280만원을 제외하면 120만원이 남는데, 그중 85만원이 보험료나 소모품 등으로 들어가므로 A씨의 생활은 나아질 수가 없었다. 오히려 빚만 늘었다.

A씨가 이러한 처지에 놓인 것은 운수회사나 업자가 화물운송의 거리와 무관하게 운송료를 낮춰 지급하고 그에 대해 화물운전기사들은 아무런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적정 운임이 지급되지 않고 유류비 급등과 각종 차량에 들어가는 비용, 운전 중 사고위험과 그 피해를 전적으로 화물운전기사에게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물노동자들은 운행거리에 따라 적정요금을 정해 운영하도록 하는 표준운임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달라는 소박한 요구다. 이미 미국은 협상운임법에서 소기업 및 비영리단체에 대한 협상운임을 인정하고 있고, 일본은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 제63조에서 국토교통장관에게 표준임금 설정권을 규정해 표준운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도로위원회(CNR)가 참조원가를 산정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임이 책정되도록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난 지금 표준운임제 도입논의는 온 데 간 데 없고 연일 파업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경찰조사와 체포, 노조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대대적인 공안몰이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없는 한 화물노동자들의 제2·제3의 총파업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경유값 리터당 1천900원이라고 붙인 주유소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화물차로 가득한 새벽길 휴게소 안과 고속도로 갓길에 위험천만하게 세워진 25톤 화물트럭 안에서 쪼그리고 혼자 쪽잠을 청하고 있는 수많은 A씨에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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