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는) 내가 밀수를 했다고 잡아갔습니다. 인질로 나를 데려간 것이지 죄가 있어서 데리고 간 것이 아니에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서 열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박근혜 의원과 정수장학회' 특별강연에는 고 김지태씨의 부인 송혜영씨도 참석했다. 이날 강연은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네트워크(민초넷)가 주최하고 배재정 의원이 주관했다. 20대 후반 중앙정보부에 사실상 '인질'로 끌려갔던 송씨는 80대 노구를 이끌고 강연에 참석해 "죽기 전에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홍구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은 그 시발점이 박정희 정권의 부일장학회 강탈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교수는 "박정희는 이승만에 비해 훨씬 더 과감하면서도 교묘하게 언론을 장악했다"며 "그 출발은 바로 부일장학회 강탈사건"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박정희는 한국문화방송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65.5%, 부산일보 주식 100%를 사실상 보유하고 있던 김지태 회장의 부일장악회를 강탈해 이를 토대로 5·16장학회를 수립하는 형식으로 세 언론사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부산일보는 조봉암 선생이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을 앞두고 있을 때 전국 언론에서 유일하게 구명운동을 벌였다. 부산일보 기자가 찍은 김주열 열사의 시신 사진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부산MBC는 4·19 혁명을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한 교수는 "박정희는 4·19 혁명 당시 부산 계엄사령관이었다"며 "당시에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KBS·MBC·YTN·연합뉴스·국민일보·부산일보 등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그는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언론장악 체제가 민주정권 10년 동안 잠시 숨죽였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이어 "자기의 아버지가 관계됐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이 정수장학회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것"이라면서도 "정수장학회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방일영장학회를 과거 김대중 정권이 빼앗고 주식을 몰수해서 노무현 재단이나 김대중 재단으로 운영했다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했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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