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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높여 노조 필요성 피부로 느끼게 할 것”조태진 한국은행노조 위원장
한국은행노조

사무금융연맹 한국은행노조에는 보통의 노조와 다른 관행이 있다. 대의원이나 지부장 등 대표성과 연륜이 필요한 자리가 십중팔구 입사 1~2년차 신입들에게 맡겨진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연차가 쌓일수록 노조활동에서 멀어지고, 조합비만 납부하는 ‘유령 조합원’으로 전락한다. 관리자와 밀착해 있어야 하는 연구업무의 특성과 상하질서가 엄격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2일 임기를 시작한 한국은행노조 9대 집행부 조태진 위원장(48·사진)은 이와 관련해 "노조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노조의 필요성을 조합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개발하고, 꾸준한 스킨십으로 고참 조합원들도 능동적으로 조합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출근시간 30분 늦추고 '가장의 날' 도입 추진

그는 취임식에서 “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강조했다.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010년 4월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전체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크게 세졌다. 김 총재가 그동안 한국은행 내부적으로 굳어진 연구서 작성 관행을 일시에 뜯어고치려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구과제가 잡히면 4·5급 직원들의 기안에서 출발해 위로 올라가면서 살이 붙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김중수 총재는 1·2급 팀·국장에게 그 일을 시켰어요. 문제는 그 일이 다시 부하직원들에게 맡겨진다는 겁니다. 결국 4·5급 직원들은 새로운 일에다, 기존에 하던 일을 더해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안 그래도 잦았던 야근이 더욱 잦아졌다. 그런데 통계국과 같이 특정기한에 업무가 집중되는 부서를 제외하고는 수당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경직된 조직문화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시 탓에 하위직 조합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며 "올해 임단협에서 일주일에 한 번 오후 6시에 퇴근을 보장하는 '가정의 날' 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합원들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여러 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특히 출근시간(오전 9시)을 예전(오전 9시30분)으로 되돌리는 일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2009년 은행 영업시작 시간이 오전 9시30분에서 9시로 변경되는 것에 맞춰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겼다.

“한국은행 전체 직원 중 은행 영업직은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직원들은 은행 영업시작 시간에 맞춰 책상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요. 직장인들에게 출근 전 30분은 삶의 질을 좌우할 정도로 소중한 시간입니다. 노조가 이를 위해 싸우고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 조합원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보여 줄 겁니다.”

'상향식 평가' 효율 높여야 노조활동 자기검열 멈출 것

한국은행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사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조 위원장의 생각이다. 인사고과에 있어 하향식 평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4·5급 조합원들의 눈치보기, 나아가 노조활동에 대한 자기검열까지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비중은 낮더라도 팀원들이 팀장이나 과장의 고과에 현실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조직문화 전반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향식 평가의 효율을 높이고 시범운영될 예정인 수평식 평가 역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일 야근에 찌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주말 팀원 워크숍을 기획한 사측을 비판한 성명서에서도, 향후 사업운영 계획을 밝히는 취임사에서도 관리자들을 "무뇌집단"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중수 총재의 의중을 짐작하고 미리 오버액션을 취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올해 초 포항·목포·강릉 등 소형 지역본부의 현금 출납업무가 멈췄어요.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인력과 업무 재배치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혼란을 겪었습니다. 결국 해당지역 은행들은 더욱 먼 곳에서 현금을 가져와야 했죠. 그러면 국민들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의 업무와 역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관리자가 자기 손발을 자르는 짓을 한 셈입니다.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조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일부 관리자들의 과잉충성으로 인한 피해가 조직과 조합원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노조 차원에서 감시·견제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금리와 통화 정책이 잘 먹히지 않다 보니 중앙은행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입니다. 내부적으로 힘들죠. 우선은 내부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부터 잠재워야죠. 그리고 여력이 생긴다면 비정규직·양극화 문제 해결 등 노조 본연의 사회적 역할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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