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가 이달 말 총파업 돌입을 위해 1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사진은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금융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관치금융에 반대하는 투쟁 구호를 외치고 모습. 금융노조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쟁의조정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11일 전체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파업의 표면적인 이유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승리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 체결과 우리금융 졸속 민영화 추진 등 이명박 정부의 관치금융에 경고장을 날리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현실적인 관심사는 어느 조직이 얼마나 파업에 동참할지 여부다. 8일 노조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사흘 앞두고 찬성률과 관련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이번 찬반투표의 찬성률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노조 최대 규모 지부들이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할 의사를 보인 만큼 투표율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가 지난해 7월 신입직원 초임삭감분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며 벌인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9만2천634명 중 6만8천472명(투표율 73.9%)이 참여했고, 6만3천824명이 찬성해 93.2%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당시 노조는 파업 예고 직전에 정부와 사용자측이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파업계획을 철회했다. 노조는 “산별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찬성률이 나온 것은 산하 지부에 공통적으로 신입직원 임금 문제라는 사안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노조가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노조 산하 ‘빅3 지부’와 관련한 굵직한 이슈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산하 지부 중 조합원수가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병권)다. 조합원이 1만7천246명이다.

지부는 최근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말을 바꾼 데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박병권 위원장을 만나 우리금융 인수의향을 전하기도 했다. 그간 잠잠하던 KB금융그룹 경영진이 최근 들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입장을 선회한 것이 노조의 반발을 불렀다. 박병권 위원장은 경영진의 태도변화를 감지한 후 “총파업과 관련해 지부 내부적으로 90% 이상의 찬성률을 끌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지부 다음으로 조합원이 많은 조직은 1만5천615명(올해 5월 자체집계)이 가입해 있는 농협중앙회지부다. 지부는 이미 5월 말에 전체 조합원 1만4천551명이 투표에 참여해 96.1%(1만3천988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지부는 사측이 같은달 농림수산식품부와 체결한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가 고용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지부에 이어 조합원이 많은 곳은 우리은행지부(9천967명)이다. 지부는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는 메가뱅크 및 해외 투기자본끼지 염두에 두는 등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결사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지방은행 독자생존을 요구하며 졸속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는 우리금융의 자회사 노조(경남은행지부 1천873명, 광주은행지부 1천438명, 우리에프아이에스지부 649명)도 총파업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 국책기관지부에서도 총파업에 적극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문호 위원장은 “대형 지부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국책기관을 중심으로 파업 동참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어 총파업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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