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일을 하면서 환자·보호자·의사로부터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가 올해 3월부터 한 달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5일 공개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조합원 4만917명중 2만12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만121명 중 9천940명(49.4%)이 "보호자나 환자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폭언을 한 가해자(복수응답)는 △환자(49.4%) △보호자(41.8%) △의사(23.2%)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로부터 폭행(10.8%)과 성희롱(8.9%)을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특히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수행 비율이 높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일을 하면서 본인의 기분과 상관없이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응답이 83.9%나 됐다. 응답자의 83.1%는 “의료기관에서 일이나 태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의료기관이 감정노동 문제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병원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일상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의료기관에 만성화돼 있는 폭언·폭행·성희롱 근절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12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 연구보고서’를 이달 4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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