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연맹 한국은행노조(위원장 조태진)가 사측이 경영진을 비난한 조합원들의 아이피 추적을 위해 법률자문까지 구하면서 사찰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4일 “한국은행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고 법으로 대응하려 했던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한국은행의 내부 전산망 익명게시판에는 일부 지역본부장과 김중수 총재를 비난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이는 한국은행이 그동안 16개 지역본부 별로 해왔던 화폐출납 업무를 5개 지역으로 통합하며 인력을 재배치한 데에 따른 것이었다.

타지 전출 등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익명게시판에 지역본부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자, 해당 지역본부장이 직원들의 근무평점을 순서대로 게시판에 게재했다. 결국 직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경영진의 ‘소통부재’가 원인이라며 김 총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여기에 지난 5월 말 직원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지역본부 별로 열던 관행이 무시되고, 전 직원이 참여를 강제하자 김 총재를 비난하는 글이 다시 한 번 게시판에 등장했다.

이처럼 익명게시판에 김 총재 등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이 끊임없이 나타나 한국은행 법규실이 직원 아이피 추적과 명예훼손죄 고발 등을 검토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법규실은 2개의 대형 법률회사에 ‘익명게시판의 아이피를 추적하는 것이 법률상 문제가 없는지’, ‘익명게시판을 통해 타인을 비방한 것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법규팀의 이번 조치가 익명게시판을 통해 보장하고 있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조태진 위원장은 “사측이 아이피 추적을 통해 글을 쓴 직원들을 찾아내려 한 것은 현재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사찰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노조는 직원들의 의견 개진을 차단하려는 사측에게 재발방지 약속과 공개사과를 받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측은 “법규실이 일부 직원들의 요청을 대신해 법무법인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뿐”이라며 “직원 사찰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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