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들의 출자구조를 살펴봤더니, 올해 10대 재벌 총수의 지분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10대 재벌의 내부지분율은 55.7%로 최근 2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더욱 공고한 지배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공정거래위가 63개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4월12일 현재)을 분석한 결과 지난 93년 44.4%였던 총수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이 올해 55.73%로,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내부지분율은 총수와 친족·임원과 계열회사 등 집단내부자가 보유한 주식 지분의 비중을 뜻한다. 내부지분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의 경영권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반면에 93년 3.5%에 달했던 총수의 지분율은 올해 0.94%로 줄었다. 사상 처음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 간 출자를 통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가 발표한 10대 재벌의 지분도를 보면 순환출자가 여전히 많았다. 삼성·현대자동차·롯데·한화·한진·현대중공업 등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 대부분이 원형 출자고리를 바탕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63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6.1%로 △총수 2.13% △친족 2.05% △계열사 49.55% △기타 2.38%의 지분구조를 보였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가운데 지난해 이어 연속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38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6.0%였다. 지난해(54.2%)보다 1.8%포인트 증가했다.

내부지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16.6% 포인트가 늘어난 삼성이다. 이어 부영(10.0%포인트)·웅진(7.4%포인트)·신세계(6.24%포인트)·GS(5.62%포인트)가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만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이 가진 지분율은 0.52%로, 지난해 4월(0.54%)보다 소폭 감소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 친족 지분을 합치면 0.95%로 역시 지난해(0.99%)보다 줄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내부지분율은 올해 62.21%로, 지난해보다 16.55%포인트 늘었다. 이건희 일가가 에버랜드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핵심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가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킨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