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결정시한인 28일도 지키지 못했다. 양대 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정부의 공익위원 위촉에 반대해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양대 노총 몫의 근로자 위원을 줄이고, 대신 국민노총에게 새 근로자위원 몫을 줬다. 사용자위원들도 지난 26일 공익위원들이 낸 중재안에 반대해 집단퇴장했다. 너무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다는 이유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시간당 4천580원인 최저임금을 최저 4천700원, 최고 5천6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다. 노동계가 요구한 5천60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회의 불참한 노동계에 혜택주는 건 이치 안 맞아”

김동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

굉장히 어려운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익위원들이 5.5∼6.7%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수용하기 매우 힘들다. 경영계도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공익위원안의 평균을 내면 6% 정도다. 지난해에도 인상률이 6%였는데, 올해는 지난해 보다 경기가 안 좋고 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물가가 4~5%씩 뛰지 않았나. 올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보다 1%라도 낮아져야 한다. 인상률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를 보이콧 하면서 파행으로 가고 있다. 사실 억울하다. 노동계는 장외 투쟁을 하는데 경영계는 최저임금위가 파행되지 않도록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그런데 결국 공익위원들은 노동계 손을 들어줬다.

회의에 안 들어오면 불이익을 주고, 들어간다고 혜택을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장외에 나간 사람이 오히려 실익을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약 사용자 위원도 빠지면 최저임금위는 과반이 안 돼서 회의조차 못 연다. 공익위원들이 압박을 받는다고 사용자는 안중에도 없고 노동계만 신경 쓰고 있다. 노동계는 회의에 들어와서 정정당당하게 협상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정부의 공익위원 강행, 국제협약 위반해 최임위 파행 불러”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된 데에는 정부와 공익위원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노동계와 협의 없이 최저임금위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을 위촉했다. 최저임금위원 위촉과 관련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무시한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국민노총에 근로자위원 자리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의 요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편파적으로 선정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위촉을 시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 현실화다.

두 가지 요구에 대해 정부는 해결의지가 없어 보인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위 구성과 관련한 문제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정부 탓을 하고, 최저임금 현실화 문제는 나 몰라라 한다.

28일 공익위원이 4천830원에서 4천885원 심의를 제안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 수준이니 사실상 동결인 셈이다. 노동계에선 절대 받을 수 없다. 노동계의 요구가 다 무시된 상태에서 다시 최저임금위에 들어갈 명분이 없다.

결국 최악의 경우 노동계를 배제한 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입맛대로 최저임금을 강행처리하면 이의를 제기하고 힘이 닿는 데까지 투쟁하겠다.

 
“공익위원들 정부의 나팔수 역할 중단해야”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

올해 최저임금 투쟁은 제도개선 요구에 집중됐다. 공익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노사 양측과 협의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계속 일방적으로 선임했다. 참다못해 문제제기를 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최저임금위원회에 들러리로 들어가지 않겠다. 조합원이 3만명밖에 안 되는 국민노총을 들어오게 한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해소와 소득 불평등 구조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최소한 전체노동자 평균 정액급여의 50% 이상 돼야 한다. 또 수습노동자와 감시단속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감액적용하는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들이 복귀하려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살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인 최저임금 인상 태도를 보이고,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편향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혀야 한다. 회의가 다음달 3일까지 연장됐는데 만약 처리를 강행할 경우 최임위원회 회의장에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것이다.

공익위원들에게도 경고한다. 공익위원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도 집회 신청을 해 뒀다. 저임금 노동자 편에 서지 않고 자본의 입맛에 맞게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응징할 것이다.

 
“최저임금 현실화 위한 양대 노총 공조 계속”

안은미 한국노총 정책부장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위원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 위촉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면서 최저임금 협상은 초반부터 파행을 겪었다. 양대 노총의 근로자위원 8명은 모두 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6년 만에 장외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배제된 상태로 열리는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측과 조동희 국민노총 사무처장은 마치 저잣거리에서 흥정을 하듯이 수정안을 내놓았다. 아무 근거도 없이 제출된 양측의 수정안에 대해 그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보다 못한 양대 노총 근로자위원들이 공익위원 회의실에 뛰어 들어가 항의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대 노총은 공동투쟁을 이어 갈 계획이다. 협상장 밖 농성장에서 외치는 투쟁의 함성이 회의장에 닿을 수 있도록 양대 노총은 끝까지 공조할 것이다. 여세를 몰아 최저임금 제도 개선활동에 나설 것이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최저임금법 개정 토론회를 시작으로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위해 양대 노총은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야당과 공조해 입법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전화위복이다. 정부가 짜 놓은 협상판을 걷어차고 거리로 나온 노동계가 단결해 투쟁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것이 바로 올해 최저임금 투쟁의 최대 성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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