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윤정 기자

공무원 노사관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이달 20일 공노총·교육청노조·광역연맹이 뭉쳐 조합원 11만명 규모의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공무원노총)을 출범시켰다. 법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14만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법내 노조로서는 최대 규모의 공무원 전국조직이다.

공무원노동계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물론 이들의 통합이 쉽지는 않았다. 공무원노총이 통합을 완성하기까지 2년8개월이 걸렸다. 통합에 합의한 이후에도 통합시기를 연기하는 등 고비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기득권과 문화차이 등을 버리고 통합을 선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무원노조법과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다. 공무원 노사의 단체교섭은 2007년에 딱 한 번 있었다. 이것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합의했지만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정부 교섭은 그 뒤 다시 열리지 못했다. 2009년 통합해 출범한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가 거부되면서 창구단일화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총은 통합의 힘을 바탕으로 대정부 교섭을 공세적으로 요청하는 등 공무원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쪼개져 있던 힘을 모아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공무원노조법 개정 추진 △공무원 보수교섭 실시 △완전한 근속승진 쟁취 △공무원 해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현재 공무원노총에는 공무원 해직자가 없다. 법외 노조인 공무원노조에만 이달 현재 138명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노총은 해직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합법화와 해직자 문제 해결이 없이는 공무원 노사관계 정상화가 요원하다는 것을 인지한 결과다.

공무원 양대 조직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총은 통합의 여세를 몰아 대정부 교섭을 압박하면서 정부를 몰아붙이고, 공무원노조는 10월20일 조합원 총회를 성사시켜 문제 해결을 요구할 것이다. 마침 연말에는 대선이 펼쳐진다.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사전집회에서 “공무원 노사관계의 진전이 없으면 우리사회 민주화도 전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국제기준에 걸맞은 공무원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공무원 노사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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