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25일부터 총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도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의 주축은 차주 겸 기사인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노동계는 ‘근로자’라 주장하고 정부와 재계는 ‘개인사업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화물운송의 99%를 이러한 특수고용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차의 물량 운송은 먼저 글로비스라는 재벌계열 물류회사를 거쳐 대형 운수업체로 위탁된다. 대형운수업체는 이를 다시 소형운송업체나 주선업체로 넘긴다. 이러한 다단계 하도급의 말단에 차량을 비롯한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특수고용 운송노동자가 존재한다. 수차례의 하도급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간의 운송업체나 주선업체는 차량 한 대, 기사 한 명 없이도 중간이득을 챙기게 된다. 반면 말단의 운송노동자는 반동강이 난 운임(보수)에다가 치솟는 운송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게다가 이들은 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최저임금제도 등 노동법적 권리도, 사회보험에서도 배제당하게 된다.

정부와 법원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가 차량을 노동자가 소유하고 유류비를 포함한 운송비용 전부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물트럭을 소유하고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개인사업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크든 작든 운송업체가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차주 겸 기사들과 계약을 맺고 일을 시키는 산업구조가 지배적이다. 이런 현실에서 차량을 소유하는 것은 운송노동자가 취업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할부로라도 차량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운송업체는 차량유지·유류를 포함한 운송비용의 전부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된다. 차량의 감가상각에 따른 비용도, 치솟는 유류비도, 타이어를 비롯한 소모비도, 보험료와 제세 공과금도 모두 운송노동자에게 떠넘긴다. 그러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거기다 운송노동자가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계약 해지’ 또는 ‘배차 정지’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노동법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아도 된다.

현재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를, 건설노조가 ‘표준품셈에 근거한 적정임대료(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이렇게 노동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운송노동자에게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의 피해가 말단의 노동자에게 온전히 전가되지 않도록, 운송노동자가 받는 보수의 최저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 달 평균 314시간의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도 시급으로 환산하면 2천197원을 받는 컨테이너 운송기사가 ‘근로자’로 인정받는다고 치자. 그러면 최소한 지난해 최저임금인 시급 4천320원은 받을 수 있는 표준운임제를 법제도적으로 강제하라는 말이다.

결국 화물연대·건설노조와 정부·재계의 입장의 다름은 이들 특수고용 운송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것인가 여부에 달려 있다.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한다면 이들이 받는 보수의 최저한을 보장하는 것도,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것도, 사용자의 일방적 계약해지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다.

현재 화물연대·건설노조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첫 단추로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면, 단체교섭을 통해 산업별로 구체적인 노동조건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것이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도록 할 수 있다. 건설노조는 노조의 활동을 통해 특수고용 건설기계노동자들의 1일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제도를 마련해 가고 있다. 이러한 노조의 활동의 영향은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까지 포괄해 업종 전체의 최저노동기준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제인권·노동기준의 최소한의 요구이자 특수고용 노동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출발점이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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