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전력노조
위원장

한국노총이 방향을 잃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산별과 지역, 심지어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갈등의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앞세운 이용득 위원장의 지난 1년 반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역점을 뒀던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또한 심각한 내부갈등을 일으키며 쉽게 해소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지난해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이 위원장과 경선해 낙선했던 사람으로서 조합원의 기대를 받으며 당선한 이 위원장이 한국노총을 반듯하게 세워 주기를 바랐고, 때문에 주변의 여러 가지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말을 아끼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노총 내부갈등의 수위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이를 방치하게 되면 한국노총이 심각한 위기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그 중심에 있는 이 위원장에게 진심 어린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지금 한국노총 내부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이용득 위원장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확고한 조직적 결의를 담보하지 못한 채 매 선거 때마다 보여 준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결정이 결과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했고, 그에 따른 조직 내부의 이견이 표출되면서 심화된 측면이 컸다. 한편으로는 한국노총의 개혁에 대한 몇 번의 기회가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사실상 무산되면서 현장 조합원을 실망시킨 점, 또한 지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적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골을 더 깊게 했다는 점 등이 한국노총 내부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또 그 원인이 무엇이었던 간에 현재의 조건에서 그 갈등을 해소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결과적으로 이 위원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노총의 현실이다. 물론 이 위원장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한국노총의 개혁을 위해 앞장서 왔던 이 위원장이 지난 두 번의 정치방침 결정 과정과 노정관계의 형성, 그리고 내부갈등 해소를 위한 과정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말’을 만들어 내고, 심지어 이 위원장 스스로 지도부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킨 점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지금 지역과 산별에서 이용득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를 권고하는, 사실상 불신임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의 사태 해결은 한국노총의 미래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한국노총의 내부갈등이 깊어져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현장 지도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통해 조합원의 선택을 받은 지도부에 대해 불신임이라는 극단의 해결보다는 지도부 스스로 한국노총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해법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위원장 스스로 한국노총을 위해, 더 나아가 1천500만 노동자를 위한 결단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 적어도 이 위원장의 지난 1년 반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 위원장이 스스로 신임을 묻는 절차를 거치겠다는 결단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

모든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이 위원장에게 있다. 머뭇거리다 보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국노총의 조직적 단결을 통해 더 큰 발전을 바라는 산별위원장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 어린 고언을 드리니 이 위원장은 큰 결단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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