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사장 김윤배)의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는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지부장 김봉섭)가 파업 직전까지 간 지난 19일 극적으로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그런데 타결 이튿날 사측이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노사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25일 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20일 오전 사전 통보 없이 지부 사무실을 폐쇄했다.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교섭을 타결한 지 10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같은날 사내 인트라넷에 있는 지부 게시판도 폐쇄됐다. 게시판에 있던 지부의 각종 공지와 자료들도 삭제됐다.

이어 사측은 휴일이었던 23일 지부 사무실 집기를 철거하려다 대의원들의 항의로 지부 사무실을 개방했다. 그러나 컴퓨터와 소파·각종 자료가 사라진 뒤였다. 사측은 24일에는 지부 사무실의 모든 집기를 철거했다. 앞서 21일에는 김봉섭 지부장을 본사에서 서울지역본부로 발령했다. 지부 사무실도 본사에서 서울지역본부 인근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새로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7월1일부터이며 무단협 상태에서 홍보활동과 지무 사무실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한 점은 이미 4월26일부터 무단협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이후 지부는 노사가 합의한 이달 19일까지 지부 사무실을 사용해 왔다. 김봉섭 지부장은 "노사 합의 당시 회사측 요청으로 새 단협의 유효기간을 7월1일부터로 명시했는데, 이를(무단협 기간) 악용해 지부 사무실까지 폐쇄했다"며 "단협 체결은 노사관계를 평화적으로 가져 가겠다는 선언인데 사측이 신뢰를 깨 버렸다"고 비판했다.

앞서 사측은 단체교섭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에 유달리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측은 19일 마지막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근로시간면제자를 현행 2명에서 1명으로 감축시키는 경우 지부가 요구하는 9개 수당을 모두 인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승강기안전기술원의 타임오프 한도는 연간 4천시간(2명)이다.

결국 노조가 전임자 1명을 양보하면서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직위수당·장기근속수당·학자금 지원·식비지원 등 6개 수당이 신설됐다. 3개 수당은 인상됐다. 단협에 따르면 직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50만원가량 인상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연간 20억원 상당의 인건비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임자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인 뒤 무단협 상태를 이용해 지부 사무실을 폐쇄해 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지부장은 "상급단체와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연대하고 법적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