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의 한 지점장이 투신자살했다. 노조는 "사측의 과도한 실적 요구가 죽음의 원인이 됐다"고 반발했다.

20일 금융권 노동계에 따르면 SC은행 서울지역 조아무개(49) 지점장이 지난 18일 새벽 6시30분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한 아파트 16층 계단 창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조 지점장은 투신 현장에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유서에서 실적 압박에 대한 괴로움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SC은행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성과급제와 기존의 후선발령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SC은행 노사는 지난해 개인별 성과급제 도입을 놓고 극렬하게 대립했다. 노조가 은행권 최장기 파업에 나서자 사측은 지점폐쇄를 강행했다.

결국 올해 2월 양측은 팀별 성과급제인 ‘원팀인센티브제’라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SC은행은 해당 제도에 따라 개인별·지점별·본부별로 영업 목표를 부여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금을 차등해 지급한다.

문제는 성과금 지급을 위해서만 측정돼야 할 영업실적이 인사와 연계된 개별 평가에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SC은행은 그동안 수차례 실적 저조 직원에 대한 퇴출 프로그램인 후선발령제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현재 노조의 반대로 유보된 상태지만 팀별인센티브제 도입이 후선역제도 확대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우려다.

실제 SC은행은 올해 초 영업실적이 저조한 직원 600여명에게 ‘경고’ 방침을 통보하는 등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 같은 상황이 조 지점장의 죽음을 불렀다는 입장이다. 실제 SC은행은 지점장들에 대해서는 후선발령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영선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부위원장은 “과다한 업무와 무리한 목표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지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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