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010년 6월부터 107일간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KEC지회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3월 업무방해죄 성립요건을 강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가 확대 적용된 것이다.

20일 금속노조 법률원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달 14일 2010년 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홍아무개씨 등 KEC지회 간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지회가 타임오프 협정 결렬 등으로 2010년 6월부터 9월까지 700여명이 참가하는 파업을 벌여 484억원의 피해를 입혀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는 내용의 판례(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을 재인용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업무방해죄 판례 변경 이후 대규모 파업에 처음 적용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은 회사측 동의 없이 체육대회를 실시하거나 2명이 2시간 파업을 벌인 사건처럼 소규모 파업에만 무죄를 선고해 왔다"며 "이번 사건은 대규모 파업도 마찬가지로 변경된 판례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히 이번 사건에서 손해액이 어느 정도인지 별도로 따지지 않고 판례를 확대 적용했다. 업무방해죄 성립요건 중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요건이 '막대한 손해' 같은 나머지 요건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욱 변호사는 "이번 판례로 파업이 형사처벌에서 배제되는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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