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5공이 날뛰니 멸공도 설친다. 참복도 아니고 종북이 제철이니 강태공 줄지어 눈이 벌겋다. 사방을 향한 스피커 쩌렁쩌렁, 종북 척결 목소리가 거기 서울광장을 돌고 돌았다. '북진멸공' 네 글자 뚜렷한 반공 포스터 경연대회라도 열릴 분위기. 반란수괴, 민간인 학살원흉 전두환 이등병은 일찌감치 감 잡고 육사 사열을 받았다. 브이아이피 골프장 찾아 화려한 휴가를 즐겼다. 우국충정의 두 주먹 불끈 쥐고 자격심사 판관 자처한 정치인이 기세 높았다. 멸공의 횃불이 철모른 매카시즘 광풍에 어지러이 살아 날뛰었다. 대한문 옆 분향소 작은 촛불만이 그 바람에 위태로웠다. 스물둘의 영정도 모자라 물음표가 거기 붙었다. 멸공 목소리 우렁차던 선전차량 뒤로 소문난 '좌빨',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줄지어 걸었다. 쌍용차 분향소를 꾸역꾸역 찾았다. 멸공의 횃불 말고 '열공'의 촛불 들어 헌법 제19조를 다시 살필 일이다. 그래도 남는 혈기라면 그저 멸사봉공, 혹은 멸(滅) 5공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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