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현대차그룹이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근로시간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부처의 반발에 밀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현행법(근기법)을 지렛대로 재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13일 노동부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근로시간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2일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보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태점검에서 엔진·변속기·소재(Power Train)와 같은 일부 공정에서 법정노동시간을 초과(근기법 위반)한 사례가 있었다"며 "현대·기아차가 제출한 계획서에 따라 법 위반 사항을 개선하라고 이행촉구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즉각 반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력채용이나 교대제 개편을 공장에서 빵을 찍어 내듯이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최근 자동차 주문량이 늘고 있고 교대제 개편 문제로 노조와 대치하고 있어 근로시간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와 현대·기아차는 노동시간 개선을 두고 대립해 왔다. 노동부 내에서는 경제부처들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근기법 개정에 반대한 배경에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계의 반발 탓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주야 2교대제로 밤샘노동을 하고도 휴일특근까지 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완성차를 포함한 자동차업계 공장들이다.

반면 전자업계는 노동시간단축 논의에 다소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대부분이 3조3교대나 4조3교대를 시행하고 있어 연장·휴일근로를 해도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물량이 아주 많을 때 휴일근로를 제한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도 개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부 고위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차를 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현대·기아차도 노동부가 못마땅한 것은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대상에 항상 현대·기아차가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노동부가 우리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푸념도 들린다.

노동부가 검찰 기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현대·기아차를 압박함에 따라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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