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한국수자원공사노조 위원장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행위를 한 8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1천115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각종 언론과 정치권, 시민·사회단체에서 연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거센 비난과 함께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해 불신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대강 사업을 주관한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해 검찰수사를 요구하며, 국정조사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위법행위’로 실제로 일어났다면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그러나 수공 노조 위원장으로서 “수공이 담합을 주도한 비리의 주범”이라고 매도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태도에 대해선 묵과할 수 없다.

4대강 턴키 1차 사업은 총 15개 공구에서 추진됐다. 조달청에서 12개 공구를 발주하고, 수공에서 강천보 등 나머지 3개 공구를 발주했다. 수공이 발주한 3개 공구에 대한 평균 낙찰률은 91.5%다. 댐 등 우수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국책사업을 주로 시행하는 수공이 최근 5년간 발주한 턴키공사의 평균 낙찰률이 93.2%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며 문제의 소지도 없다. 또 수공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현장 설명회를 실시하고, 입찰참가자를 대상으로 담합방지 사전교육도 철저히 이행해 왔다.

만일 수공이 발주한 3개 공구에 참여한 건설사 간 담합행위가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담합의 피해가 고스란히 수공 부채로 전가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수공이 오히려 조사대상으로 비쳐지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악성 정치적 공세다.

수공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부실공기업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22조원의 막대한 사업비중 중 약 40%에 달하는 8조원을 공사에서 조달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2008년에 19.6%에 불과했던 부채 비율이 지난해에는 116%로 6배나 급증했다.

수공은 현재를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무건실화 추진단을 구성해 경영전반에 대한 고강도 혁신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수공의 재무여건상 정부의 지원 없이는 투자비 회수는 고사하고 매년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사업 초기인 2009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이자비용 전액 지원과 사업이 완료되면 투자비 회수를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책사업이 시작된 이래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는 비난여론과 국정감사의 매서운 뭇매를 고스란히 감당했다. 또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른 인력감축을 감수하면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으로 사업기간을 맞추기 위해 조합원들은 밤낮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 왔다. 매일 야근은 당연한 일과가 됐고, 휴일은 호사로 치부돼 가족을 잊은 지 오래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국책사업 수행으로 인해 28명의 조합원들이 우울증에 걸려 퇴사하거나 병가를 내고 회사를 등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공기업이 정부정책을 성실히 수행한 결과가 과연 이런 것인가. 국책사업의 사회적 비용을 왜 공기업 노동자들만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책임감 있게 투자비 회수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지금처럼 마녀사냥 식 무차별적인 비난 공세를 이어 갈 경우 수공노조는 한국노총·공기업연맹 등 상급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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