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아까 넥타이 부대라 그랬는데 영어 쓰지마! 그러면 다시는 안 올거야. 댕기 부대야, 댕기 부대! 댕기 부대가 앞장서야 해. 그래야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독재정권 연장 음모를 깨부술 수 있어. 여러분이 앞장서면 늙은 이 몸도 따르겠다 이 말씀이야!”

지난 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 앞에서 울려퍼진 목소리가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백기완 통일연구소장은 이날 열린 ‘6월 민주항쟁 계승, 사무금융연맹 창립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87년 4월 한국노총 16개 산별연맹 대표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헌조치에 찬성하는 성명을 냈다. 13개 금융권 노조 위원장들은 곧바로 한국노총을 탈퇴했다. 이들은 훗날 사무금융연맹의 모태가 됐다. 이날 집회는 87년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연맹 창립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은 “6월 항쟁 이후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며 “25년 전 함께 가고자 했던 세상을 향해 다시 한 번 결연히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6월 항쟁의 주역들은 한자리씩 차지했지만, 7·8월 노동자대투쟁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퇴보한 경제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총파업으로 7·8월 투쟁의 역사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쌍용차 희생자들의 영정조차 쓰레기차에 실어 버리는 이명박 정권을 보면서 25년 전의 세상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쌍용차 정리해고가 회계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는 최재호·김국진·곽태원·심일선·김형탁·정용건·이상재 등 연맹 전임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박조수 연맹 위원장은 “각종 금융비리와 노동탄압으로 얼룩진 이명박 정권을 향해 투쟁의 칼날을 갈아야 할 때”라며 “소외된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과 함께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새로운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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