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산림조합중앙회지부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협동조합 노조들은 갖고 있는 고민들이 비슷합니다. 같은 법으로 규제를 받고, 조직구조도 유사하니까요. 흔히 노동운동은 숫자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이들 노조들이 하나로 연대했을 때 협동조합 노동자들의 권리 역시 강화될 것입니다.”

이호출 위원장(42·사진)은 지난 2010년 4월 금융노조 산림조합중앙회지부 7대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장기적인 조직발전을 위해 전국 142개 회원조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삼전동 산림조합중앙회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구체적인 성과는 나중에 나오더라도 산림조합 노동자 전체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분위기는 임기 중에 만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협동조합 노조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뭉치면 10만 … 이대로 두기엔 아쉽다"


요즘 노동계를 들끓게 하는 이슈 중 하나는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를 둘러싼 농협중앙회지부와 정부·농협중앙회 간 갈등이다. 이 위원장은 같은 협동조합 체제의 노조에서 벌어진 사안인 만큼 남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협동조합 노조가 하나의 기치 아래 모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물론 비슷한 조직이 있기는 하다. 2000년 초반부터 산림조합을 비롯해 농협·수협·신협·서울우유 등 협동조합 노조들의 연합체(전국협동조합노동자연대)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규 노조가 아니어서 사안에 대한 공동대응이나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동조합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칠 경우 10만명 정도가 됩니다. 이대로 두기엔 아까운 숫자죠. 조직구성과 체계만 잘 갖춘다면 강력한 협상력을 지닌 거대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 노조만의 논리, 협동조합 노조만의 요구들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협동조합 내부갈등이다. 예컨대 중앙회와 지역조합 사이의 임금 격차나 사업비 지원·출자 등에 대한 서로 간의 인식차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은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더라도 중앙회와 지역조합의 갈등 때문에 엇갈린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내부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합장 전횡 막아야 경쟁력 산다"

이 위원장도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산림조합의 경우 중앙회와 지역조합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급여체계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노동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화학적 결합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지역조합 노동자들은 공공연맹 산하 전국산림조합노조에 가입돼 있다. 각각의 조합이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전임자가 한 명도 없다. 이 위원장은 “지역조합장이 인사권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노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은 90년 이전까지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이후 지역조합장 선출제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지역조합장들의 힘이 막강해졌다.

그는 “이를테면 조합장이 사업장에 친인척을 앉혀 기존 노동자들이 밀려나더라도 이를 제대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중앙회가 투표권을 의식해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2010년 그동안 산림조합이 독점하다시피 해 오던 산지개발 사업에 민간 진입을 허용했다. 이후 관련 법인이 우후죽순 생겼고,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그러자 노동자들의 이직이 잦아졌다.

이 위원장은 "전문기관에서 경쟁력을 몸에 익혀 온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장 중심의 권위적인 조합문화를 바꿔 조직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장 취임 이후 공약의 70~80%를 이룬 것 같다는 이 위원장은 특히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기준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임금인상률을 끌어올린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아울러 건강검진 적용 연령을 기존 만 40세에서 만 35세로 낮추고,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장에서 70명 이상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도 그가 내세우는 일이다.

이 위원장은 "시중은행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며 "남은 1년 동안 조합원들의 복지수준을 한껏 끌어올리고, 전국산림조합노조와의 연대를 강화에 훗날 있을 통합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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