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보건의료팀)

이명박 정부는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17일 경제자유구역특별법(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 개정안이 여론의 반대로 수차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꼼수를 부려 시행령 개정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목적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위해 세부 개설허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꾸준히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세부절차 미비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외국의료기관의 실상은 국내영리병원

정부는 외국의료기관이 영리병원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특별법 제정 당시 법이 규정한 의료기관은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외국인이 설립해 외국의사가 외국인을 진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 수차례 개정되면서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은 국내자본이 참여한 영리법인이 설립해 내국인 의사가 내국인을 진료하는 국내영리병원으로 둔갑했다.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인천·대구·부산을 포함해 전국 18개 도시에 걸쳐 있다. 추가로 지정할 수 있어 현재 심사 중인 곳도 있다. 결국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은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대한병원협회가 외국병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므로 국내병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재벌기업만을 위해 차려진 밥상

영리병원은 이윤을 최대한 많이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는 비싼 반면 의료의 질은 낮다.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기업과 같이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고용인력이 적고,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고, 노동조건이 나쁘다. 미국에서 비영리병원은 100병상당 522명을 고용한 반면 영리병원은 352명만 고용한다. 특히 간호직을 대폭 줄여 돈을 벌고 있으며, 비정규직 비율도 높다.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미국에서는 영리병원 때문에 연간 1만2천여명이 더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영리병원 도입근거를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보건산업진흥원에 발주한 연구에서도 영리병원은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의료인력이 편중돼 중소병원 수십 개를 문 닫게 만들 것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영리병원은 환자를 위한 것도,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재벌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다.

이러한 영리병원 설립이 인천에서는 이미 추진 중이다. 인천송도국제병원 설립에 재무적 투자자로 선정된 기업은 일본의 다이와증권과 삼성이다. 일본의 다이와증권은 의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투자은행이다. 2008년 베트남 증권시장 진출을 위해 베트남의 IMF 구제금융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도덕적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삼성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한 핵심 세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민영화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제출했으며, 이 계획은 정부 정책에 반영돼 왔다. 삼성은 서울삼성병원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민간보험 활성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최근 의료기기와 바이오제약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송도국제병원은 삼성이 추진하는 영리병원의 시발점일 뿐 아니라 삼성이 주도하는 의료 전반의 민영화 및 독과점화의 발판이 될 것이다.

공공부문 민영화, 공동투쟁으로 저지하자


국민에게 공공적으로 제공해야 할 부문을 민영화하려는 시도는 의료만이 아니라 철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영리병원과 마찬가지로 총선 직후 국토해양부가 KTX 민영화를 다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KTX 민영화는 민간기업에게 특별한 투자 없이 엄청난 특혜를 보장해 준다. 반면 민간기업의 효율성 논리에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며, 국민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부문 민영화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리병원 설립과 KTX 민영화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인 공공부문 민영화의 두 얼굴이자, 공공부문 공격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6월8일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시행규칙 제정안이 공포되면 본격적으로 송도국제병원 설립이 추진될 것이다. 영리병원 저지투쟁은 높은 의료비에 허덕이는 국민 모두의 문제이자 안정된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 모두의 문제다. 정부와 자본의 공격에 맞서 민중운동 전반이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를 위한 공동실천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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