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95% vs 4.65%.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지난달 회사 구성원들을 상대로 박정찬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벌였다. 75.68%의 투표율에 93.83%가 반대했다. 전체 재적 기준으로 구성원의 70.95%가 반대, 4.65%가 찬성했다. 조현미 기자

연합뉴스는 지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네 차례에 걸쳐 4대강 사업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한강이 다시 숨 쉰다', '금강 살려 백제문화도 복원', '한강살리기 사업 순항', '금강사업 주민인식 호전'과 같은 긍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올해 3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불공정보도 특보를 낸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공병설)는 4대강 특집기사에 대해 "한쪽만 너무 깊이, 그리고 많이 팠다"고 평가했다. 지부가 지목한 불공정보도에는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공판기사, 이명박 대통령 임기반환점 특집기사, 무상급식 주민투표 기사, 내곡동 사저 기사도 포함돼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지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공병설(42·사진) 지부장은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이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국민들의 충실한 눈과 귀·입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23년 만에 80일 넘게 파업

연합뉴스 노동자들은 지난 89년 편집권 독립과 낙하산 사장 반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4일 현재 82일째다. 서울 중구 수하동 연합뉴스 건물 앞 한빛광장에는 지부의 '공정보도 텐트'가 설치돼 있다.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여명의 해외 특파원들이 파업에 동참한 것은 언론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공 지부장은 "박정찬 사장 임기 동안 근로여건이 너무 안 좋아졌고, 공정보도는 퇴보하고 인사 전횡이 일어났다"며 "이런 이유들이 복합돼 연임을 반대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 지부장에 따르면 회사측은 연합뉴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보도채널 뉴스Y에 연합뉴스 기자 수십명을 파견 보냈다. 초창기에는 전출동의서를 받지 않고 인사를 냈다가 지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사후에 동의서를 받았다. 공 지부장은 "본인 의사에 반하는 반강제적 인사도 있었다"며 "인사 후 연합뉴스의 콘텐츠 경쟁력과 통신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업이 이처럼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장이 과연 사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본인이 불리하고 사내 여론이 안 좋을 때는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자고 하면서도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고, 유리하다 싶으면 강공책을 썼습니다.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서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죠."

박 사장은 최근 파업에 참여했던 멕시코 특파원을 조기 소환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사태 해결 의지 없는 태도가 장기화 원인"

조합원들에게 파업은 사실상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연합뉴스 기자들 역시 파업을 하면서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자기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사는 기자들이 많아요. 바쁘기도 하고 노동자 하면 작업복 입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했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노동자라는 것,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도 그동안 타성에 젖어 노동자들의 집회나 파업을 간단하게 '몇 줄'로 처리했던 방식에 대해 '그게 아니구나' 하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공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잘 싸워 왔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움 있지만 조금 더 참고 하나로 간다면 승리하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에게는 "반드시 파업 투쟁을 승리로 끝내고 달라진 연합뉴스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사장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개인의 욕심과 자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이 사태를 빨리 풀어서 국가기간통신사를 정상화시키는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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