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이후 이주노동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퇴직보험금이 2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2만명을 넘었다. 이 중 37억원은 지급(청구)시효가 끝나 보험사에 귀속됐고, 나머지도 시효가 곧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들이 머나먼 타지에서 땀 흘려 번 돈이 눈먼 돈처럼 보험사의 수익으로 귀결된 셈이다. 특히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1일 감사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및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외국인노동자 출국만기보험(퇴직보험) 계약을 맺은 ㅇㅇ화재해상보험 등 5개 보험사는 지난 8년간 외국인노동자 2만7천819명(건수 기준)이 퇴직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15억4천7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보험은 외국인노동자 고용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퇴직보험금은 이주노동자가 출국하거나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보험금을 청구해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에 어둡고 보험제도 자체를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이 퇴직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상태로 2년이 지나면 청구시효가 소멸된다.

보험사들은 계약을 맺을 당시 미청구보험금 지급을 위해 노력하고 소멸시효가 끝난 보험금은 외국인노동자 송환비 등에 사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감사원이 2007년 이후 보험가입 대상자 중 미청구보험금이 200만원 이상인 노동자 1천344명의 명단을 제출받아 출입국 명세 등을 검토한 결과 38.1%인 512명(12억7천400만원)에게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데도 보험금 지급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구시효가 끝난 37억원은 송환비로 사용되지 않고 보험사 수익으로 귀속됐다.

노동부와 인력공단의 관리부실은 심각했다. 이들 기관은 실제 미청구금액이 215억원(2만7천819건)에 달하는데도 보험사가 제출한 자료만을 믿고 이 금액의 8%에 불과한 17억3천400만원(2천632건)만을 미청구보험금 현황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현황조차 파악이 안 되니 보험사에 미청구보험금 집행을 촉구할 수도 없었다.

감사원은 “외국인근로자의 퇴직금을 확보해 권익을 보장하려는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미청구보험금이 보험사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현상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노동부에 미청구보험금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보험사의 수익으로 귀속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산업인력공단에는 보험사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을 이유로 주의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이 밖에 노동부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여유자금 12조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펀드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판매회사를 통해 매입하면서 217억원을 대행보수로 지급해 그만큼의 운영비를 절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운영 과정에서는 최대 허용치를 넘어서는 금액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의조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75억원의 기대수익이 감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원하면서 고령자고용연장지원금과 같은 다른 지원금을 받은 장애인 57명에게 7천523만원을 중복 지원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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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기사] 용역보고서 공개 안 하는 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세비를 들여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하고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다가 31일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31일 감사원이 2010년과 2011년 노동부가 수행한 236건(계약금액 143억5천200만원)의 정책연구용역에 대한 발간등록 여부 및 활용상황 공개 여부를 확인한 결과 10건 중 8건에 해당하는 194건(금액 131억4천900만원)이 검사합격 판정일 이후에도 길게는 734일이 지난 현재까지 발간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또 ‘직업성 암 등 업무상질병에 대한 인정기준 합리화 방안’ 등 연구용역 5건(1억9천500만원)은 해당 연구 종료일 이후 6개월이 지난 날로부터 길게는 412일이 지난 현재까지 활용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공기록물 관리법(22조)은 정부가 발주한 정책연구용역의 경우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활용상황을 정책연구용역 종합관리시스템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정책연구결과를 활용하도록 보장한 것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경쟁이 가능함에도 1인에게만 견적을 받아 32건(금액 12억7천400만원)의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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