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실장

한국수력원자력 간부들의 뇌물수수 비리가 극에 달했다. 최근 몇 달 사이 10명이 넘는 원전 간부가 기소된 것도 모자라서 구속된 사람이 검찰조사 도중 검찰청에서 탈주해 3시간 만에 되잡히는 소동까지 빚었다.

지난 29일 낮 1시30분 거액의 뇌물을 받고 1심까지 마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 간부 김아무개(48)씨가 울산지검 특수부 사무실에서 조사받다 도주한 뒤 3시간 만에 다시 붙잡혔다. 2급 팀장급인 김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납품업체 10여곳에서 3억7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7천만원, 추징금 3억7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조사차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실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수갑과 포승줄이 풀어진 틈을 이용해 달아났다. 석연찮은 점도 많다. 조사실 문은 안에선 열리지 않는데도, 김씨가 문을 열고 달아났다. 특수부 건물 입구를 지키던 청원경찰도 때마침 자리에 없었다. 건물입구 현관문도 안에서 열 수 없는데도 당시엔 문이 열려 있었다. 특수부 건물에서 무사히 나온 김씨는 울산지검 청사 담을 넘어 뒤쪽 남산으로 달아났다.

검찰과 구치소 직원들이 김씨가 달아난 것을 알고 뒤쫓았으나, 남산에서 김씨와 마주친 등산객 부부의 결정적 제보가 없었다면 김씨의 탈주는 성공할 뻔했다.

김씨는 남산을 내려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다시 잡혔다. 김씨는 1심 형량이 6년으로 높게 나와 불안해서 탈주했다고 진술했단다. 참 가지가지 한다.

지난 2월 고리1호기의 전원공급 중단 때 방사선 비상발령을 하지 않고 사고를 은폐한 고리1발전소장 문아무개(55)씨 등 5명은 불구속 기소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일본 동부 해안의 지진과 쓰나미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가 1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잡힌 참다랑어에서 ‘후쿠시마 세슘’이 검출됐다. 참치회나 참치캔에 들어가는 참다랑어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먹는 음식이다. 일본산 쇠고기에서도 세슘이 나왔다. 동북부 지역 공기 중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던 세슘이 소의 먹이인 건초더미에 붙었다. 이 일대 농장의 사료는 모두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이나 다름없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8일 후쿠시마산 쇠고기의 원산지를 속여 판 정육점 주인의 체포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흙에서도 미량의 ‘세슘’ 나왔다. 고리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는 전국 50여곳에서 대기와 토양·빗물 등을 받아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최근 남부 일부지역에서 세슘134와 137이 나왔단다. 고리원전이나 영광원전 인근지역에서 나왔다. 그러나 경북 포항 위쪽에선 나오지 않았다. 지리산 이북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원전을 뜯어먹고 사는 민관 합동세력의 공세가 거세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내 원전 54기가 모두 중단된 지금 도이치 쓰토무라는 60대 일본 학자는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원자력선진화포럼에서 “원전의 가동정지가 계속되면 전기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일본과 한국 양국 국민들을 겁박했다.

한국에선 최근 한 민간단체가 고리와 영광원전의 폭발 때 예상되는 물적·인적 피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학회,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총력으로 나서 반박문을 즉각 발표했다. 한수원이 지난 2월의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자마자 한 일이 언론홍보 역할을 할 직원의 대거 채용이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가 원전 폐로를 결정한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독일은 보수정당이 집권했는데도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건 단순히 메르켈 총리가 핵물리학을 전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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