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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하십니까?
우지연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1. K공사는 2009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각종 근로조건과 단체협약의 저하를 요구했고, 노동조합은 기나긴 교섭 끝에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도, 검찰도, 언론도, 어느 누구도 불법파업이라 단정하지 못했음에도 공사는 파업을 이유로 조합원 1만2천명을 징계하고 100여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젊은 기관사는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대량징계에 맞서 기관지를 만들었다. 대량징계의 부당성을 알리고 노동조합의 반격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선전국장 K는 조합원들의 울분을 담아 표지사진을 만들었다. 주인공이 다른 주인공의 멱살을 잡고 있는 영화포스터에 노사 대표자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었다. 감히 ‘노동자가 사장의 멱살을 잡은’ 발칙한 사진은 그렇게 탄생했다. 현실에서 공공부문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힌 것은 노동조합이었지만, 기관지에서만큼은 그 반대였다. 그 사진에 유쾌했을 조합원도, 울컥했을 조합원도 있었을 테지만, 그 사진에 담긴 메시지는 현실의 노사관계를 역전하는 상상적 전복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K는 사장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기소돼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 2. S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연봉제 도입을 요구했고, 노동조합은 기나긴 교섭결렬과 무단협 상태 끝에 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찬반투표를 앞두고 어느 지역본부장은 연봉제에 부정적인 조합간부를 불러 왜 노동조합 게시판에 그런 글을 쓰느냐, 이번 투표에서 우리 본부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조합원 투표에 사측 관리자들이 개입한 것이다. 노동조합은 사측의 부당한 개입을 호되게 비판했다. 조직국장 S는 찬반투표 전날 노동조합 게시판에 '사측의 더러운 개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는 글을 썼다. 본부장의 언행이 그런 표현에 이를 정도였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권력의 주구'라는 표현이 그 자체로 금지돼야 할 표현이었을까. 그러나 S는 결국 해고됐고, 현재 재판 중에 있다. “복무규정을 위반해 대표이사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직장 내 근무기강 및 위계질서를 훼손했다”는 것이 해고사유였다.

# 3. 법원은 공적인 풍자가 어디까지나 '개인의 명예'를 깎아 내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보는 듯하다. 주경복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법 사건 공판에서 어느 전교조 조합원이 검찰을 폭군 걸왕(桀王)의 개에 비유하는 최후진술을 하자, 법원은 피고인에게는 최후진술의 자유가 있지만 타인의 명예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제지했다. G20을 앞두고 국가원수를 쥐에 비유한 그림을 공용물건손상죄로 처벌하면서 법원은 "타인의 명예나 공중도덕을 침해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헌법 제21조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 4. 그러나 대상을 깎아 내리지 않는 풍자가 가능한가. 풍자(諷刺)의 자(刺)는 ‘찌를 자’다. 풍자는 발언을 통해 대상을 우습게 만들고 그것에 대해 조소와 조롱의 태도를 환기시킴으로써 대상을 깎아 내리는 기능을 한다. 그런 까닭에 고래로 ‘풍자’는 아랫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오직 피지배계급만이 ‘불경’할 수 있었다. 윗사람들은, 지배계급은 그림이나 말로, 태도로 상상적 전복을 시도할 필요 자체가 없는 까닭이다. 풍자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출전은 중국의 <시경(詩經)>인데,<시경(詩經)>에서는 “시에는 육의(六義)가 있는데 그 하나를 풍(風)이라 한다. 상(上)으로써 하(下)를 풍화(風化)하고 하로써 상을 풍자(風刺)한다. (…) 이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고 했다.

# 5. 사측 대표자에 대한 상상이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진대, 사측 관리자에 대한 말이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진대, 공적인 권력관계에서 공적인 행동을 문제 삼는 표현들에 대해 '개인의 명예'를 앞세워 처벌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풍자의 자(刺)는 ‘찌를 자’다. 우리는 '왜 찌르게 됐는가'는 읽지 않고 '찔려서 아프다'는 목소리만 자꾸 읽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지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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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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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czx 2012-05-31 23: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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