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자은 기자

지난달 18일 새벽 KBS드라마 ‘각시탈’ 촬영버스가 경남 합천군 세트장으로 향하던 중 논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에는 보조출연자 30명이 타고 있었다. 보조출연자 박아무개(49)씨는 숨졌고, 29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KBS는 사고 당일 공식입장을 내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유명을 달리한 보조출연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향후 조치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22일 오전 숨진 박씨의 아내인 윤아무개(41)씨가 피켓을 들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나타났다.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윤씨는 “억울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사력을 다하겠다던 KBS는 공식입장만 내고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어요. KBS 관계자들도 장례식 이후 전화 한 통 하지 않습니다.”

박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업체는 KBS·팬엔터테인먼트·보조출연업체 태양기획·운송업체 동백관광이다. 윤씨는 “보험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드라마를 찍다가 사람이 죽었는데 4개 업체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딸도 이날은 학교에 가지 않고 엄마와 함께 KBS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윤씨는 “아이들은 안 데려오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안 나가면 아빠가 하늘에서 속상해할 거라며 따라나섰다”고 눈물을 훔쳤다.

“조금 전에 4개 업체 관계자들이 왔습니다. KBS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니, 나가서 해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거예요. 원하는 게 뭐냐고 묻더군요. 저는 애들 아빠 살려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그동안 보조출연자 사고가 많이 있었는데, 다 묻어 두고 있었던 것 같다”며 “어렵고 힘든 조건에서 일하는 보조출연자들을 찬밥 취급하고 죽음까지 어물쩍 넘어가는 상황을 도저히 그냥 넘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 수 있을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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