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
공인노무사
(여는합동법률사무소)

르노삼성자동차는 과거 삼성자동차였다. 지금은 르노그룹이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 대부분은 예전 삼성자동차·삼성그룹 소속이 많다. 특히 인사노무와 관련해서는 삼성그룹의 방침과 유사한 면이 적지 않다.

2009년에 르노삼성차 영업부문에 있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기업별노조가 설립됐다. 그러나 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노조를 해산하면 금전을 제공한다”고 하는 등 부당한 행위들이 많았다. 결국 위원장이 해고되는 등 이 노조는 지난해 해산하고 말았다.

지난해 8월에는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결성됐다. 아직 조합원이 많지는 않지만 생산직을 중심으로 한 지회가 결성되자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지회가 결성되던 날, 르노삼성 회사측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이 모이기로 한 건물·지하철역 주변에 서성거렸다. 이들은 자유로이 지회 결성에 참여하려는 노동자들을 감시 또는 방해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 지회 설립 직후 노조원들이 출근시간 전과 퇴근시간 후에 소식지를 배부하자 소식지를 뺏고 찢어 버렸다. 카메라로 일일이 촬영하면서 노조활동을 방해했다. 나아가 회사측은 공정휴게실에 소식지를 비치했다는 이유로 수석부지회장에게 정직 7일의 징계를 내렸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징계는 부당하지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한다"는 판정을 받았고, 지금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중에 있다.

노조에 대한 회사측의 반감과 혐오는 상당하다. 지회 설립 후 금속노조가 지난해 9월 교섭요청을 했는데, 사측은 교섭장소로 회사 밖을 고수했다. 결국 회사 주장대로 회사 밖에서 협상을 하기로 했고, 같은해 11월에야 겨우 1차 교섭이 이뤄졌다. 그런데 상견례에 대표이사는 나오지도 않았다.

같은해 12월 금속노조 부양지부는 임원선거를 위해 르노삼성측에 사내유세 등 선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측은 선거운동기간 지나고 투표하는 날 유세하라고 답변하는 등 노조의 활동을 방해했다.

르노삼성은 현장근무 중 라디오 등 음악청취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수석부지회장이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듣자 이를 이유로 징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부지회장이 노조소식지를 화장실 게시판 옆에 부착하자 이를 이유로 징계했다. 최근 필자가 대리인 자격으로 현장조사를 하고 싶다며 방문요청을 했는데도, 이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조에 대한 근거 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르노삼성에는 노사협의회라 할 수 있는 사원대표위원회(사대위)가 존재한다. 임원도 직접 선출하고, 임금협상도 하고, 단체협약도 체결한다. 노조가 아닌데도 노조가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임금협상 사원 투표에서 부정투표(투표함 무단개봉, 투표용지 재작성 투표) 문제가 불거져 많은 지탄을 받았다. 사대위 위원장 등은 회사로부터 경조사비·유류카드 등 지나친 금전·편의를 제공받고 있다.

이런 사대위의 비민주성과 비자주성이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가 설립된 가장 큰 이유다. 노동자의 대표조직으로, 노동자의 자율조직으로, 노동자를 위한 노조가 되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대위는 지회가 소식지를 배포할 때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내용을 게시했다. 심지어 금속노조 탈퇴방법을 안내하며 탈퇴를 조장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조직인지 회사의 조직인지 알 수 없는 행위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는 삼성그룹에서의 노조활동에 어려움을 고스란히 겪으면서도, 사대위의 행위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직들의 평균나이는 31세로 매우 젊은 청년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회에 가입해 교섭도 하고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길게 보면서 천천히, 끈기 있게 노조활동을 해 나가길 바란다. 회사 역시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