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충북 음성에 있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공장 하청업체 서희산업 노동자 83명은 지난 10일부터 원청의 직접고용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파업은 노동관계법을 액면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불법'이 된다.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은 "노조가 임단협을 체결한 후 법을 어기고 파업에 들어갔다"며 불법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파업농성 중인 노조에 세 차례 퇴거명령을 한 회사는 언제든지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태세다. 그런데 이강윤 서희산업노조 위원장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의 무리한 화해 시도 때문에 지켜지지도 못할 노사합의서가 나오고 노조의 쟁의행위마저 불법으로 둔갑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서희산업노조는 3월29일 충북지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어 4월13일 83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98.7%라는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분노가 깊었다.

열흘간의 조정기간이 만료되고 파업 출정식을 하루 앞둔 같은달 17일 충북지노위가 막판조정을 시도했다. 이강윤 위원장은 "조정기한을 하루 연기하면서까지 지노위가 파업을 막으려고 했다"며 "지노위원장실로 원청기업 총괄부사장까지 불러 직접고용 약속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비알코리아의 직접고용 합의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원청인 비알코리아와 하청인 서희산업 노사 대표가 서명한 합의서에는 "서희산업 직원의 비알코리아로의 소속 전환을 추진한다. 단,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10일 이내에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단협이 타결되자마자 충북지노위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6차례 조정회의 끝에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고 알렸다. 충북지노위는 "올해 조정성립률이 80%에 달한다"며 "전국 평균 조정성립률(60.2%) 및 목표 성립률(69%)을 크게 상회한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원청인 비알코리아는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자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5년 뒤 (비정규직과 관련한) 사회분위기가 성숙해지면 논의하자"며 태도를 확 바꿨다. 이미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을 한 노조는 황당했다. 불법을 감수한 파업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지노위원장 방에서 원청과 하청 노사 간 3자 교섭을 중재했던 충북지노위는 “조정안에 그런 내용은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올해 초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조정성립률이 63년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며 노동위가 노사분규 방지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흥분했다. 노동자 구제기구인 노동위가 조정성립률이라는 실적에 목을 매는 순간, 노사관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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