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노총
"민간이 주인일 때 부실했던 기업을 노동자들이 뼈를 깎는 고통분담으로 알짜 공기업으로 키웠더니 다시 민간에 넘긴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정상욱 한국항공우주산업노조 위원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 위원장은 "임기 말 이명박 정부가 알토란 같은 공기업인 KAI 민영화에 가속페달을 밟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KAI는 한국의 대표적인 군용기 분야 방위산업체이자 민간 항공기 부품 생산업체다. 삼성과 현대·대우 등 재벌들이 무리하게 항공산업에 진출해 위기를 맞자 97년 정부가 이들 기업의 항공사업부를 통합해 만든 회사다. KAI는 지난 13년 동안 1천여명에 달하는 인적 구조조정과 임금동결을 통한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알짜 공기업'이 됐다. 1천105억원의 누적적자 기업이 지난해 2천748억원의 누적흑자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코스피에 상장하는 성과도 이뤘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갑작스레 KAI 지분 매각을 서두르고 나섰다. 때문에 KAI 지분 민간매각의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KAI 지분은 정책금융공사(26.4%)·삼성테크윈(10%)·현대자동차(10%)·두산(10%)·산업은행(0.3%)이 갖고 있다. 정부는 인수기업이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11일 매각주간사 선정까지 마쳤다. 연내에 민영화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KAI 민영화 추진 핵심세력으로 MB 최측근인 강만수 산업은행장과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MB 대선캠프 출신인 김홍경 KAI 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노조는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크레디트스위스(CS)도 문제 삼고 있다. CS가 UAE 원전 파이낸싱과 BBK 김경준씨의 다스 송금사건, 카메룬 다이아몬드 대출사건에서 주거래은행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KAI는 방위산업체다.

노조는 "중요한 국가전략산업을 민간에 맡겨 뒀을 때의 폐해를 외환위기 당시 경험한 바 있다"며 "KAI가 민영화될 경우 국책사업에 대한 민간업체 독점권 부여로 국방예산이 증가하고 전력증강산업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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