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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재벌 공화국에 맞짱 뜬다
한지원
노동자운동
연구소 연구실장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12일 부산에서 대규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1만2천명의 조합원 중 7천여명이 모였다. 조합원 60% 가까이가 참여한 것이다. 2009년 열사투쟁(고 박종태 지회장) 이후 정권의 집중 탄압을 받아 왔던 화물연대가 전열을 정비하고 총파업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화물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온 첫 번째 이유는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생존권 문제다. 지난 5년간 화물운송료는 10% 인상됐지만, 기름값은 60%가 올랐다. 특히 2010년부터 현재까지 기름값은 단 2년 사이에 20% 넘게 인상됐지만, 운송료는 오히려 2% 인하됐다.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운송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 화물기사들에게 화물차 운행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운송료에서 기름값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기름값 인상분을 모두 짊어진 화물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서는 하루에 한 번 왕복하던 부산-서울을 새벽까지 달려 두 번 왕복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초장시간 운전을 해도 그만큼 수입이 늘지도 않는다. 무리한 운행으로 인한 차량 고장, 타이어 등 소모품 마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두 배를 더 운행하면 수입은 20% 정도만 늘어난다. 지난달 인천에서 경기도 인근을 운행하는 한 화물노동자의 한 달 실수입은 138만원이었다. 이 노동자는 운전시간, 짐을 싣는 상하차시간과 짐을 인수받기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을 합해 월 470시간을 일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천660원이다. 지금 화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화물연대는 영업용 차량에 대해 기름값을 인하하든지, 운송료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의 정유사들이 가져가는 천문학적인 이윤, 현대글로비스·대한통운 등의 운송사들이 화물노동자에 대해 저가 운임을 지급하며 챙기는 이윤, 재벌 제조업체·유통업체들이 운송비를 줄여 챙기는 이윤을 줄이라는 것이다.

기름값 인하와 운송료 인상은 단순히 화물노동자들의 수입·지출 구조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정유부터 제조·유통 전반을 지배하는 재벌 대기업들의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수탈구조를 바꾸라는 요구다.

한국의 화물운송 시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히 재벌에 의해 관리된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로지텍·하나로TNS를, CJ그룹에서 CJ GLS와 대한통운을, 현대차에서 현대글로비스를, LG그룹에서는 범한판토스·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를, 롯데그룹에서 롯데로지스틱스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화물시장 구조부터 운임까지 대부분을 사실상 결정한다.

물론 이들 업체들이 직접 보유한 화물차는 극소수다. 대부분 지입차주인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을 싣고 운반한다. 재벌그룹의 대형 운송업체들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체, 이마트·롯데마트와 같은 유통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아 화물노동자들에게 건네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 업체에는 적자가 없다. 기름값이 올라도 인상분을 책임지는 것은 화물노동자고, 물동량이 줄어 운행횟수가 줄어도 화물차 감가상각을 책임지는 것도 화물노동자다. 심지어 화물차 가격이 올라도 화물차 구매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화물노동자이니 이들 운송업체들이 돈 버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재벌들은 운송사를 통해서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화물운송 산업의 가장 큰 재료라 할 수 있는 경유 판매를 통해서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SK(SK에너지)·GS(GS칼텍스)·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즉각 경유 가격을 인상시키지만, 국제 유가가 내리면 천천히 경유 가격을 내린다. 재벌들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앞에서도 뒤에서도 수탈하는 셈이다.

화물연대의 또 다른 요구는 표준운임제 쟁취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총파업 때 법제화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표준운임제는 최저임금과 같이 정부가 제도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의 최소 운임을 보장하라는 요구다. 법적으로 개별 사업자로 돼 있는 화물노동자들은 화주·운송사의 지시에 따라 운송을 해야 하지만 ‘임금’이 아니라 ‘운송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대한 재벌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와 같은 일들이 매번 발생한다. 여기에 '화주-운송사-1차 주선사-2차 주선사'와 같이 다단계 하청구조까지 일반화돼 있다. 정작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들은 화주가 지불하는 운송료의 절반 가까이를 중간업체들에게 빼앗긴다.

2002년 이래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은 화물연대가 수많은 투쟁을 통해 어렵사리 지켜 온 것이다. 2003년 5월, 2006년 12월, 2008년 6월 총파업 등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화물연대는 주저 없이 물류를 멈췄다. 경찰과 군병력·국가정보원까지 나서 탄압했지만 화물연대는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 속에서도 조직을 사수해 왔다.

화물연대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건설노조와 함께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화물운송시장의 맨 밑바닥에서 재벌들의 이윤을 떠받치던 화물노동자들이 세상을 바꾸자며 다시 일어서고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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