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학업시간이 줄곧 늘어나면서 수학·논리력은 향상됐으나 창의성을 포함한 다른 능력은 대부분 쇠퇴하거나 정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성과 관련한 자기성찰능력이나 자연친화력은 크게 떨어졌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5일 내놓은 '중·고등학생의 적성 및 학습시간 변화'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중·고생들은 10개의 적성능력 중 유일하게 수리·논리력만 향상되고 나머지는 감소하거나 정체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개발원은 2001년부터 10년간 매년 3월에 중3 학생 12만7천500명과 고2 학생 4만7천700명을 조사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창의력·언어능력·자기성찰능력·자연친화력은 나이·성별과 무관하게 쇠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창의력은 2001년 중3 남녀와 고2 남녀 등 4개 집단에서 모두 4.7점(7점 만점)의 점수를 얻었지만 2010년에는 중3 남학생이 현상을 유지한 것 외에는 모두 0.08~0.16점 낮아졌다. 말과 글로 생각·감정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언어능력 역시 2001년 평균 4.68점에서 2010년 4.57로 0.11점 하락했다.

인성에 관련된 자연친화력과 자기성찰능력의 쇠퇴는 두드러졌다. 자연친화력은 중3 여학생이 2001년에 4.8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른 집단은 모두 4.7점이었다. 10년 후에는 중3 여학생의 창의력 점수가 4.4점으로 0.4점 하락하는 등 모든 집단에서 0.3~0.5점 떨어졌다. 자기성찰능력도 같은 기간 4.9~5.0점에서 4.7~4.82점으로 0.1점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 밖에 신체·운동능력과 공간·시각능력, 손재능·음악능력·대인관계능력은 남학생 집단에서 모두 감소했고, 여학생은 변화가 없거나 근소하게 감소했다.

적성능력 중 모든 집단에서 유일하게 증가한 것은 수학·논리력이었다. 중3 남학생이 지난 10년간 4.4점에서 4.7점으로 0.3점 올랐고, 다른 집단에서는 모두 0.1점씩 향상됐다. 이 기간 사교육이 대폭 늘면서 학업시간도 증가했다. 중학생의 주당 평일 학습시간은 450시간(99년)에서 482시간(2009년)으로 32시간, 고등학생은 545시간에서 623시간으로 78시간 늘었다.

임언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교육이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소질과 적성 개발, 전인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교육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학업경쟁이 심화된 상태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며 "국제적인 학업성취도 평가는 상위권이지만 행복지수는 매우 낮고 자살률은 매우 높은 현상과도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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