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발생한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해당 녹취록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에 전달한 사람이 KBS 내부 관계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는 10일 "이른바 '민주당 당대표실 불법 도청사건'의 핵심은 도청이 아니라 녹취록의 '정치적 유출'"이라며 "녹취록의 정치적 유출이 KBS 내부 소행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본부에 따르면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KBS ㅈ아무개 기자는 총선 전 본부 집행부를 만나 "나는 도청도 하지 않고 건네주지도 않았는데 모든 것이 내가 한 것처럼 알려져 나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본부는 ㅈ기자의 발언에 대해 "KBS 내부에 녹취록을 건넨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녹취록을 보고 검토한 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실에 전달한 사람이 KBS 내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로 파업 66일째에 접어든 본부는 ㅈ기자의 심경고백을 토대로 도청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들어갔다. 본부는 집행부와 탐사보도 경험이 많은 기자·PD로 취재팀을 구성했다. 본부는 "당시 지휘라인이던 전 정치부장이 곧 미국으로 출국한다"며 "그 이전에 도대체 누가 녹취록을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사실 관계를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연석회의가 열린 지난해 6월23일 민주당 당대표실이 도청을 당했고, 이튿날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 회의 녹취록이 있다"고 발언했다. 경찰은 같은해 7월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KBS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8월 김인규 사장은 "도청을 지시한 적도 없고 도청을 했다고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한선교 의원과 KBS 기자에 대해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본부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정 정당의 의원실과 협잡했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KBS의 지역총국 팀장 6명은 파업 동참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회사에 실질적 결단을 보여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변화된 자세는커녕 본부 집행부를 형사고소했다"며 "경고한 대로 업무를 내려놓고 파업대오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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