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현장은 전쟁터다. 산업재해보험이 도입된 64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5만4000여명이는 7년 동안 벌어진 월남전쟁에서 사망한 우리 군인 4906명의 11배가 넘는 수준으로 우리는 산업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셈이다.

특히 1만명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사망만인률'은 2.09로 일본 0.37, 독일 0.34 등에 비해 4배이상 높은 실정이다.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은 모두 322만명으로 인천광역시 인구 311만명보다많다.

◇연간 손실 7조 육박=우리나라 산업재해는 80년대 후반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산재보험이 5인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됨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재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중 일시적 경기호황에 따라 재해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재해자수는 97년 연간 6만6770명에서 98년에는 5만1514명으로 줄었지만 99년에는 5만5405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1~11월동안에는 6만619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로 인한 지난해 금전적 손실은 6조5400억원으로 99년 연간 6조5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99년도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 1조8908억원보다 3.4배나 높다근로손실일수도 99년도 노사분규에 참가한 근로자 기준으로 추산한 136만6000일보다 29배나 높은 수준이다.

◇산재사망자 증가세=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경제위기를 맞은 97년이후 잠깐 감소하다가 최근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97년 2742명, 98년 2212명, 99년 2291명에 이어 지난해 1~11월사이 2282명이 사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종사자들의 사망자가 전체의 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이 25%를 차지했다. 기업규모별로는 30인미만 사업장에서 전체의 38%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96년이후 4년동안 사고사망 재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안전지식 부족과 작업방법 교육불충분 등 교육적 원인이 43%를 차지했다. 구조물 기계장치 설비불량 등 기술적 원인이 38.5%, 작업준비 불충분 등 관리적 원인이 33%를 차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 뇌혈관. 심장 관련 직업병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가 컴퓨터 작업위주로 변하면서 요통과 VDT증후군 단순반복작업질환 등 근골격계 질환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직업병에 따른 사망재해는 전체 산재 사망재해의 약 30%를 차지해 98년 이후 증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99년도 직업병 사망자는 955명으로 97년 연간 696명보다 260명이 증가했다. 반면 사고사망자는 470명이 감소한 1577명이다.

더욱이 뇌혈관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전체 직업병 사망자중 53%를 차지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1~11월)의 경우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493명으로 97년 398명보다 100명가까이 늘었다.

◇산재는 생산성과 직결=재해는 개인은 물론 기업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조순문 이사장은 "신체적 손상과 정신적 고통은 물론 일시 또는 영구적인 노동력의 상실로 본인과 가족의 생계유지를 어렵게 하는 동시에 기업에도 기능인력의 손실과 생산성 저하를 가져와 경영환경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신체장애인과 유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생계 안정문제가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잇따른 산업재해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21세기 새로운 노사문화관계를 구축하고 선진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는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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