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KT에서 11명의 재직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망자 중 8명(73%)은 마케팅단 소속 직원이었다. 2006년부터 올해 4월까지 KT에서 돌연사·자살·암·사고 혹은 질병으로 숨진 재직노동자와 퇴직노동자(58세 이하)는 204명으로 집계됐다.

24일 <매일노동뉴스>가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 조태욱)가 작성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4월 현재까지 11명의 재직노동자가 각종 암과 심장마비·백혈병으로 사망했다. KT노동인권센터는 "올해만 벌써 11명의 재직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퇴직자와 계열사 직원 사망자까지 합하면 17명"이라며 "1주일에 1명씩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추세로 가면 올해에만 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KT노동인권센터는 특히 마케팅단 소속 사망자수가 많은 것과 관련해 “마케팅단은 외환위기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가장 심하게 진행됐음에도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노동강도가 가장 강한 부서”라고 설명했다.

살생부로 불리는 KT 인력퇴출프로그램이 시행된 2006년 이후 사망자가 매년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인력퇴출프로그램은 KT 본사가 2005년 작성해 2006년부터 시행됐다. 2006년부터 이달까지 사망자 중 돌연사와 자살, 각종 암으로 사망한 건수가 160건으로 전체 사망자(204명)의 80%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연구소에서 지난해 KT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특정부서의 사망률이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행정당국이 즉각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인 프랑스텔레콤의 경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6만명의 직원 중 6만명을 정리해고하고, 나머지 10만명 중 7만명을 전환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2008년 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19개월간 25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환배치 등 구조조정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 결과 경영진이 사퇴하고 심리상담사 200여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반면에 KT와 고용노동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KT민주동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강제 명예퇴직과 무한경쟁체제 등 이대로 간다면 죽음과 파멸뿐”이라며 “직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1차적 책임은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과 전환배치를 이끌었던 현 경영진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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